가평에서 북면 쪽으로 가는 도중 도로 가운데에서 쓰레기 수거료를 받는다. 앞차가 서지 않고 도망을 가서 아저씨의 얼굴이 험악하다. 더운 여름날 서로 간에 짜증을 내고, 돈을 내고 행선지를 물으니 대답해 준다.
 
잘가고 있는 것인지. 표지판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1시 도착. 입구는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작은 돌들이 깔려져 있다.11시 5분 산행 시작. 입구 가게에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정상까지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입구내의 사찰. 번듯한 일주문. 사천왕문. 그런데 사천왕문 뒤로는 고추등을 심은 밭이다. 사찰의 경계를 알리기 위해 한 편으로 축대를 쌓았다. 입구마져도 문을 닫아 그것은 닫힌 공간으로 존재한다. 사찰 내 들어 갔을때 승려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김정한의 "사하촌"을 연상한다.

  지리한 계곡 길.
  훌쩍 커 버린 나무들로 인해서 주위를 볼 수 없다. 단지 물소리 뿐. 간혹 물을 만나면 한 모금씩 목 축이고. 계곡 끝. 좌우의 갈림길. 계곡의 물소리가 멀어지는 곳에 사람도 점점 멀어진다. 가파른 오름길. 헐떡거리면서 살아 있음에 대한 거친 확인.

  3봉. 몇 사람을 만났는데 모두가 물이 없느냐고 묻는다. 어떤 사람은 일행을 잃어 버렸다고 악을 쓰면서 부른다. 라면을 끓여 먹고 점심 해결. 하나의 즐거움 감소.
  2봉에서 1봉으로. 나는 왜 가고 있는 것일까 ? 정상이 있기 때문에 ?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데 나의 삶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독선과 교만으로 가득차는 것은 아닐까 ? 14시 30분. 정상에서의 조망.
  여름 산은 특유의 짙은 녹색을 띠며 가까이 다가온다.

  하산.
  요새 수박은 이상하다니까.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모두 달고, 혹 그 속에 설탕물을 넣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지리한 내림길에서의 잡다한 생각. 그러다가 계곡 만나는 곳에 내려 왔을 때 그 밑에서 쉬고 있는 한 팀에게서 수박을 얻어 먹었다. 말은 해야지 제 맛인가 ?

  다시 지리한 내림 길. 이번에는 계곡이 오른 편에 있었고, 과거  제주도 한라산 길을 생각 했다. 그 돌 많던 퍽퍽한 길. 계곡의 웅덩이를 향해 들어 가고 싶다.
  산악 행군하면 좋겠어. 아니면 오리엔테어링이 더 나을 지도 몰라. 주위를 잘 볼 수 없거든.

  긴 그늘의 터널을 지나 빠져 나옴은
낡은 영화의 한 편을 본 것.
                                                         970713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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