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설악에 들어 갔지요.
하계캠프 참가 차 그리고 전번에 못 오른 솜다리길을 가기 위해서.
연휴 기간이라서 인지 서울 쪽의 미시령도로는 차들로 가득 찼지요.

 설악동 C지구 야영장.
일주일 만에 또 다시 찾아 왔지요.
야영객들은 전 번 주보다 많았지요.

 아침 장비 확인하고
솜다리길을 가기 위해 서서히 몸을 움직이지요.
멀리 하늘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고
비가 와서 물이 불은 개울 건너서 토왕골 쪽으로 갔지요.

 계곡 물소리 요란하고
어제 먹은 술로 인해 땀은 계속해서 떨어집니다.
저 멀리 토왕폭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가 오늘 오를 솜다리길을 보니 벌써 누군가가 붙어 있었지요.
날씨는 흐릿하니 등반하기는 좋았지요.

 들머리에 위치하여 장비를 착용하고 선등자 오름짓을 하지요.
왼쪽으로 과거 올랐던 경원대길 저 멀리론 동해 푸른색 물결 그리고 오른쪽으론 별따는 소년 길.
그 너머로 보이는 토왕폭.
날이 흐린 관계로 산정에는 운무가 잔뜩 끼었지요.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여름 설악 토왕골 주변을 둘러 보았지요.

 오름짓하면서 들었지요.
위에서 "하나 둘"하면서 줄을 당기는 소리를.
선등자 3P지점에 올라 가더니 아직도 앞 선 팀이 두 사람이 더 있다고
2P에서 기다리라고 하지요.
지리한 기다림 후 이 구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5.11b 보통 크럭스라고 얘기를 하지요.)  
3P에 도착해서 보니 아이구 이건 장난이 아니었지요.
내 자신의 등급이 겨우 5.8정도 인데 30미터의 직벽에다 크랙, 페이스 그리고 약간의 오버행까지.
긴장이 되어 등뒤론 가는 땀이 쭉 흐르지요.
선등자 마지막 부분에서 주춤은 했지만 역시 거침없이 올라갔지요.
자일의 윗부분을 고정시켜 놓고 등강기(쥬마)를 이용해서 올라 오라고 하네요.
2번은 내 차례.
2번째 볼트에 까지 갔다가 3번째 볼트가 좀 멀고
몸의 균형이 깨져서 추락을 하니
다시 원점이 됐지요. 그러하길 여러 번.
결국은 3번이 다시 시도를 했지요. 역시 여러 번 하다가 실패.
마지막 후등하기로 했던 후배가 다시 올랐지요.
둘은 오르고 둘은 3P 출발지점에 남아 있었지요.
말자는 내가 하기로 하고 다른 후배가 올라갔지요.
여러 번의 추락. 그리고 중간 부분에서 힘이 빠져서 옴짝달싹 못했지요.
시간은 오후 4시 30분 경이었구요.
결국은 시간 관계상 위에서 줄을 내려서 하강하기로 결정을 했지요.

 계곡길 물소리만 아득하게 들렸지요.
그 동안 운동 게을리한 것서부터 여러 생각이 머리를 괴롭혔지요.
그리곤 아쉬움에 다시 뒤를 돌아다 보았지요.
그 산과 봉우리.
또 그곳에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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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왕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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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반지 솜다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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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경원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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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P 등반중인 선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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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P 아쉬움을 접으며 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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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라우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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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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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아침 나절 숙소 주변을 거닐어 본다.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아침 걸음이 느리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서 서술해 놓은 뮌헨의 풍경을 이곳에서 다시 떠 올려 본다.

감수성이 짙은 우수에 젖은 문체,

고등학교 시절 몇 번이고 읽었던 기억들.

차라리 귀국하지 않고 뮌헨에서 계속 생활했더라면

일상에서의 그녀의 권태로운 삶과 먼 곳에 대한 그리움도 차츰 가셔졌을 것이고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검은 눈매의 우수에 젖은 그녀가 표현했던 뮌헨의 황색 하늘과 안개비는 보이지

않고,
한편 그녀의 딸 정화가 우리와 동갑내기인 것을 기억한다.

멀리 이자르강은 보이고,

시대를 앞선 여성의 삶은 험난하다는 것을 생각한다.

 

 아리랑 선율에 맞추어 흘러나오는 사진 자료.

“이렇게 살았군요”를 보면서 느낀 이역만리에서의

광부와 간호사로서의 고단한 삶도 떠오른다.

 

 평평하고 너른 땅.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자전거 전용 도로에 캠핑장에 모여든 행락객 무리가 휴가철임을 알린다.

멀리 알프스의 산군들이 보이고

버스 안에선 로엔그린 중 “혼례행진곡”이 나직이 울리고

저 높은 푸른 하늘에 행글라이딩하는 모습이 보인다.

퓌센 가는 길.

 

 그리하여 백조의 성에서 자만심이 강한 한 사내를 다시 만났다.

바그너.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베트남 융단 폭격을 할 때 나온 “발퀴레”.

종종 들었던 “탄호이저 서곡”이 우선 떠오른다.

내가 존경하는 그의 여성 편력과 반대로 싫어하는 삶의 행적.

음악과 시 그리고 무대를 하나의 극으로 통일한 악극이라는 새로운 양식에의 호기.

바그너의 사랑이야기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장대한 작품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지를 못했다.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니벨룽의 반지”만 하더라도 사흘 간 지속을 하고,

한때 DVD 판으로 “반지” 10장이 나왔을 때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도 했었다.

말하자면 음악적인 면보다는 외적인 측면으로 인한 거부감이 더 강했던 것.

그러나 강력한 예술적 후원자를 만난 그의 삶은 승승장구를 하게 된다.

 

 막시밀리안 2세의 아들 루트비히 2세.

막시밀리안 1세는 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을 통하여 그의 부인이었던 왕비의 24세 때의 젊은 모습까지.

그리고 머리 속으로 떠올렸었지.

젊은 나이에 자살한 고음악 연주가 데이빗 먼로의 “막시밀리안 1세 시대의 궁중음악”을.

우리의 종묘 제례악처럼 단순 명료한 악상의 전개와 그것으로 인한 단아한 느낌을 주는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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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루트비히 2세.

바그너의 악극에 심취한 아니 그것을 왕궁에 펼쳐 보려고 했던 사내.

그것을 통하여 표현된 벽화.

결국은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그 성에서의 짧은 삶.

백조의 노래. 최후의 작품을 의미하는 것.

열정(passion)이 지나치면 수난과 고난(PASSION)이 되는 것인지?

 

게르만 신화 속의 상상력.

신화. RING. 삶의 편력. 코지마.

바그너에 대한 단상.

 

한국에 돌아가면 바그너 곡에 관심을 갖고 들어 보겠다고 했지만

그저 말러의 몇 곡만 들었다.

 

여름날 천둥치고 비는 내린다.

성문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여름날 오후 한나절 풍경.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풍경.

짙은 녹색으로 다가온다.

정지해 있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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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FM을 통해서 “그루미 선데이”를 듣다.

TV 유선방송 잠깐 보니 극중의 배경이 부다페스트이다.

과거 보았던 영화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이 번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유럽에 대한 그 긴 꿈을 밤새 꾸었을까?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분이 커피가 없자 보리차를 쫄여서 마셨다고 하고,

나의 첫 경험은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온 씨레이션 속의 봉지커피.

경험이 전무한 관계로 냄비에 물 끓여서 흥건하게 타서 먹었던 기억.

별맛 없이 그저 들이켰던 커피가 생각이 난다.

 

흐린 날.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축축한 세상.

많이 보고 느끼고 멋진 추억을 담아 오라는 집사람의 문자는 날아오고,

눈보다는 가슴에 담아야 할텐데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감흥이 밀려오지 않는다.

 

4시 넘은 우리나라 시간에 늦은 점심을 먹는다.

맥주 한 캔으로 시작한 것이 점심을 먹으면서 한 캔 더 먹고,

적포도주 한 잔에 밀려 오는 취기.

 

라흐마니노프가 함께 있었다.

비행기의 소음과 함께 피아노의 선율은 움직인다.

비몽사몽간에 듣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과거 씨디피를 반복설정해 놓아서 밤새 듣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11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목적지인 뮌헨에 도착하는데

시간은 가지 않고 지루하다.

기류를 만난 비행기 터덕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눈이나 감으면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보내는 수 밖에.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

아직도 환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 맞다.

 

우리 시각으로 밤 11시경. 기내식.

다시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닭장 속의 닭처럼 움직임 없이 고역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이륙시의 느낌도 약화되는 것은

PASSION을 잃어 버림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외적인 다른 일로 바쁜 관계로 가벼운 흥분과 설렘을

잃어버린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훌쩍 그렇게 지나 가 버린 시간.

유럽 여행을 꿈꾸었던 젊은 날의 시절이 어우러져 떠올랐지.

 

기내 창문 밖으로 본 세상.

대낮 흰 구름으로 인한 강렬한 눈부심.

 

넓디 넓은 옥수수밭.

녹색.

평원을 가로 지르는 지나가는 열차.

감자. 수확한 밀밭.

갑자기 고흐의 그림이 생각이 나고,

반대편 차선 라이트를 켜고 질주하는 차들 무리.

아우토반.

뮌헨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주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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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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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를 잘 못 드는 바람에 범봉 하강지점에서 본 여름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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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설악산을 찾았다네.
토요일 오후 C지구 야영장에 들렀을 때 그 전 날 말복 더위를 실감했었지.
달아 오른 주차장 바닥에 앉아서 도란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리고 그 다음날의 산행을 위해서 슬금슬금 자리를 떴었지.

 반가운 사람들의 말소리는 밤새 이어지고,
무수한 모기들의 성찬이 그 밤 더위와 함께 찾아 왔었지.

 새벽 1시 50분.
슬금슬금 일어나서 장비를 챙기면서 스스로에게 길을 물었지.
이 더운 날 꼭 가야만 하는 가를.

 산행의 계획은 설악골로 들어가서 희야봉쪽의 접근로를 타고 올라서
희야봉에서 범봉까지 리지등반
그리고 잦은 바위골로 하산하는 것이었네.
시간상의 계획은 최소 13시간.
등반 인원 6명을 고려할 때 16시간 이상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지.

 범봉.
과거 종주산행할 때 보았던 봉우리를 둘러싼 흰 구름의 이미지 속
우뚝 솟은 천화대 등반의 정점.
그리고 천화대 등반을 하다가 시간 관계상 왕관봉에서 하산을 해야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올라 범봉리지에 대한 욕구가 더 일었을 것이네.

 설악골.
감각은 시각이 지배를 하고 시각에 의존해서 골짜기를 타고 올랐네.
한밤중 바위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무속인들도 보았지.
그리고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리며 바위에 걸터 앉아 선잠을 자기도 했었지.
그리하여 5시 넘어서 서서히 주위는 밝아 오고 있었지.
석주길 하산로 초입새에 들어서서 길이 잘못 들었는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추모 동판을 봐야한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잘못 들었다고 하산
그리고 다시 오름.

 몸이 말라가고 있음을 느꼈지.
그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땀 때문에.
햇볕을 바로 받는 범봉리지 길을 이 상태로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불안.
그렇게 허덕이며 올랐네.

 그 오른 길 빗겨나갔네.
오르고 보니 범봉 하강 지점이네.
길은 히미하게 공룡의 1275봉 쪽으로 이어져 있고,
가벼운 탄식을 하며 우리들은 망연자실했었지.
아래에서 위를 내려다 본 봉우리.
그  봉우리 그렇게 옆에 있었네.
아쉽지만 그 산 그렇게 의젓하게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잦은 바위골로 하산.
여름 날 무성한 숲 속 주변의 꽃들이나 보면서
계곡을 슬금거리며 내려 오는 수밖에.
물소리 계속하여 따라 다니고
백미 폭포 앞에서 주섬거리며 안전벨트를 착용했지.
50여미터 걸친 두 번의 하강이 있으므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여름 한 때를 보냈다네.

 비선산장에서 하드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퍽퍽한 하산길 그렇게 걸어 나오니 11시간 30분의 산행이 끝이 나고 있었지.

 올 여름 설악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를 생각해 보았지.
계곡의 맑은 물소리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었지.
그리고 그 범봉.
아쉬움의 그 산.
마음 속에 담아 놓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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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세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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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바위골 백미 폭포 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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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미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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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산엘 갔었네.
비 온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그렇게 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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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언제나 늘상으로 한 그 산의 모습을 본다네.
소슬한 바람은 언제나처럼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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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오늘도 나는 오르네.
그 고된 오름짓을 통해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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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친구여. 기억하네.
산정에서 본 7월의 푸른 녹음이 지천으로 펼쳐지고,
거친 숨결과 흘린 땀을 생각하며
그해 여름 날 용화산에서 보낸
시간은 각인되어 다시금 되살아 오겠지.

  다시 또 오마. 그리운 산.
아쉬움을 뒤로 하며 또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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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륵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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