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FM을 통해서 “그루미 선데이”를 듣다.
TV 유선방송 잠깐 보니 극중의 배경이 부다페스트이다.
과거 보았던 영화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이 번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유럽에 대한 그 긴 꿈을 밤새 꾸었을까?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분이 커피가 없자 보리차를 쫄여서 마셨다고 하고,
나의 첫 경험은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온 씨레이션 속의 봉지커피.
경험이 전무한 관계로 냄비에 물 끓여서 흥건하게 타서 먹었던 기억.
별맛 없이 그저 들이켰던 커피가 생각이 난다.
흐린 날.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축축한 세상.
많이 보고 느끼고 멋진 추억을 담아 오라는 집사람의 문자는 날아오고,
눈보다는 가슴에 담아야 할텐데
오랜만의 여행에 대한 감흥이 밀려오지 않는다.
4시 넘은 우리나라 시간에 늦은 점심을 먹는다.
맥주 한 캔으로 시작한 것이 점심을 먹으면서 한 캔 더 먹고,
적포도주 한 잔에 밀려 오는 취기.
라흐마니노프가 함께 있었다.
비행기의 소음과 함께 피아노의 선율은 움직인다.
비몽사몽간에 듣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과거 씨디피를 반복설정해 놓아서 밤새 듣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11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목적지인 뮌헨에 도착하는데
시간은 가지 않고 지루하다.
기류를 만난 비행기 터덕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눈이나 감으면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보내는 수 밖에.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
아직도 환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 맞다.
우리 시각으로 밤 11시경. 기내식.
다시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닭장 속의 닭처럼 움직임 없이 고역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이륙시의 느낌도 약화되는 것은
PASSION을 잃어 버림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외적인 다른 일로 바쁜 관계로 가벼운 흥분과 설렘을
잃어버린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훌쩍 그렇게 지나 가 버린 시간.
유럽 여행을 꿈꾸었던 젊은 날의 시절이 어우러져 떠올랐지.
기내 창문 밖으로 본 세상.
대낮 흰 구름으로 인한 강렬한 눈부심.
넓디 넓은 옥수수밭.
녹색.
평원을 가로 지르는 지나가는 열차.
감자. 수확한 밀밭.
갑자기 고흐의 그림이 생각이 나고,
반대편 차선 라이트를 켜고 질주하는 차들 무리.
아우토반.
뮌헨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주변 풍경들.
뮌헨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