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에

바람의 흔적 2008. 6. 17. 10:39

날씨는 더운데, 그래서 적막하다.

며칠 전 삼악산엘 올라갔다가 죽는 줄 알았다.

더위로 인해서. 땀이 옷에서 뚝뚝뚝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카뮈의 “ 이방인”을 연상한다.

 

요새하는 일이라곤 매일같이 퇴근시 비디오 한 편을 빌려다 보는 것이

일과다. 사흘간 본 목록을 보면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를, 마이크로 코스모스, 초록 물고기이다.

오늘은 뭘 빌려야 하는지 생각 중에 있다.

 

쓸데없는 생각들......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를.

금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 시대 공륜의 무서운 힘을 믿는다. 덕분에

공륜이 불가 판정을 내린 작품에 대해 더 찾는지도.

비록 정태춘님 등에 의해 무너지기는 하였지만. 비디오를 보면서 왜 이것이 상영

불가의 판정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닫힌 시대의 주어진 자를 가지고 정해

진 치수만을 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고뇌를 인정한다. 내용 면에서는 난해하다.

단순한 저급의 영화로 보기에는. 익명의 닫힌 공간에서의 그들의 탈출구가 과연

성적인 행위밖에는 없었을까를 생각해 보고 주어진 사물의 이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실재하지 않는 삶의 모습들.

 

마이크로 코스모스.

눈높이 학습이란 이야기도 한참 떠돌았었다.

작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촉구하고. 약육강식의 원초적인 논리가 지배

하는 사회의 삶. 사슴벌레의 삶에 대한 확인의 과정은 치열하다. 서로 부딪히면서

사는 격한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

원시시대의 인간이 가졌던 원초적인, 본능적인 삶을 꿈꾼다.

 

초록물고기.

한석규가 나오는 영화는 언제나 밋밋하다.

배우의 특성상 그렇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준 발음을 구사하는 이 시대의

연약한 표준 인간들.

삶의 전개 과정은 다소 도식적이다. 바닥의 불구적인 삶 들.

빛 바랜 사진이 가져다주는 아주 묵은 추억의 더미들.

시간의 창조성과 함께 그것은 흘러가고 새 의미를 언제 얻을 것인가 ?

 

에구, 한 5일간 부모님댁엘 안 갔더니

어제는 전화가 왔다. 밥 제대로 먹고 있는지. 섭섭해하시는 목소리가

들린다. 급기야는 오늘아침 7시에 오셔서 밥을 차려 주고 집안을 둘러

보신다. 나이 40이 가까운 아들을 두고 어머님의 눈에는 아직도 코흘리개

적의 아들이다.

밤새 마신 술로 인해서 머리가 아프다.

                                                            1997. 08. 01.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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