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에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를 걷는다.
미세 먼지에다 이상 고온 등등하며 방송에선 쉴사이 없이 이야기를 했지만
생체의 리듬을 기억하고 있는 식물들은 따슨 날씨 탓에 일찌기 꽃을 피우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목련은 활짝 펴서 더러는 떨어지기까지 하고 개나리, 진달래와 다른 봄꽃들은 자신의 계절이 왔음을
노란색과 흰색 그리고 붉은 색으로 그 존재를 알린다.
윤중로.
봄빛은 흰색으로 온통 다가오고 묵은 계절의 이야기는 저편으로 지나간다.
가슴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며 마음 속으로 하얀 색이 가득차기를 바라며 걷는 휴일 오후.
2.
영화를 보다가 심심하면 음악 듣다가 다시 책을 집어 들다가 하는 생활이 지리하게 반복된다.
뭔가가 새로운 것이 없는 일상의 날들은 언제나처럼 되풀이 되고 그저 몇 편의 영화를 본 것으로 위안으로 삼는다.
<엘리자베스>와 <고야의 유령>은 거의 다 보고 나서 이전에 본 영화라는 생각이 미치자
둔한 머리를 탓하며 다시 영화 속의 음악을 유튜브에 찾아 다시 듣고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영화와 관련된 이미지를 머리 속에 각인시킨다.
문학 서적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워야 하건만 손에 잡히는 것은 실용적인 안내 책들과
그리고 히말라야 트레킹 후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산서(山書).
그나마 사진집 몇 권 본 것이 머리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다.
겨우내 묵은 몸 추스리는 3월.
뜀뛰기를 다시 시작하며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고
잰걸음으로 보냈던 3월의 날들을 다시 생각한다.
헤르만 불 <8000 미터 위와 아래>, 라인홀트 메스너 <정상에서>, 김홍성 외 <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
정덕환 외 <등산이 내 몸을 망친다>, 윤광준 <아름다운 디카세상>, <찰칵 짜릿한 순간>, 김용길 <태블릿
PC에 꼭 담을 영화 35>, 이훈태 <등반이야기>(사진집), 김기찬 <골목 안 풍경 전집>(사진집), 옥선희 <
내게 행복을 준 여성 영화 53선>, 남무성 <jazz it up!>(만화), 김상복 <산사진 길잡이> 3월 읽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