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님의 투병 이후 몸과 마음은 여유를 갖지 못하고
일상의 생활에 급급했다.
마음은 딴 곳에 있었으니 산에 가고 사진 찍고 하는 일이 소원해졌고
마음을 다잡고자 추스리지만 쉽지만은 않다.
2.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 조금이라도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복지카드 잔여 금액 소진하기 위해 구입한
"EMI 클래식 세기의 레코딩" 박스 세트 31장 씨디.
박스 씨디는 옛날 "카라얀 골드" 구매 이후로는 소원했었는데
금액 소진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서 결국은 선택.
이제는 이 시리즈가 단종이 된다하니
명연주자들의 음원도 이제도 쉽게 찾을 수는 없고
음색이 명징한 지금의 연주자들로 클래식 씨디는 채워질 것이다.
카라얀이 지휘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듣는다.
24분 여의 긴 서곡.
도도했던 바그너의 풍모와 악극을 향한 나름의 열정을 생각하면서
메트판의 DVD "탄호이저" 앞 장면을 떠올린다.
3.
황 준의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을 읽는다.
어제 저녁에는 바닥에 놓여진 스피커를 귀높이에 맞추기 위해 자리 이동을 하였다.
음이 한결 선명하게 다가 온다.
책 뒤적이면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 웨어라고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많은 오디오 기기들이 있음을 어찌하랴.
아침부터 킴버케이블 찾아 검색해 보고 이걸로 바꾸면 재생되는 소리가 어떨까를 생각하는 아침. 목표가 있어 삶이 행복하다.
11월 읽은 책 - 음악과 사진 관련 책들을 주로 봤다.
잭 캔필드, 류시화 역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황 준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 ,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 , 장영희 <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안동림 <불멸의 지휘자>(외래어 표기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어 발음을 존중하는 저자의 표기 원칙에 따라 쓴 이유가 무엇일까를 내심 생각해 보았다.) , 김 훈 <흑산> , 진회숙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 <사진가의 가방 1, 2> , 문철진 <멋진 사진 레시피 69> , <김주원 DSLR 사진 강의> , 엘리자베스 룬데이 <위대한 음악가들의 기상천외한 인생 이야기>
4.
몇 편의 영화를 보고 간략한 느낌.
과거의 기억들이 오롯하게 살아서 움직이며 느릿하니 쌓여진다.
살아서 느끼는 행복함은 14년만의 외출.
일상의 주변 것들을 다시금 소중하게 여기고 찬찬히 바라 보는 시간.
질긴 그리고 채색된 기억은 끝까지 따라 다니고 있었다. 영화 <청원>을 보고.
일상의 건조한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웃 여성.
그녀에게 다가오는 불행을 막으려고 힘쓰는 남자.
순수한 사랑이 그 동기였을까?
빠른 때로는 느린 움직임 속 주인공의 분노는 피를 튀긴다. <드라이브>를 보고.
요란한 염소의 목 방울 소리, 울음 소리, 개 짖는 소리, 반복되는 일상성.
축제. 그리고 나무가 숯으로 바뀌는 흐름.
인물간 대화가 없는 영상을 보면서 이어지는 끈을 찾으려다가 아둔한 머리만 탓한다.
어렵게만 봐서 그런지 지리하다. <네 번>(칸 영화제 출품작)을 보고.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시시피 지역 흑인 가정부의 애환을 다룬 영화<The Help>.
여성의 시각과 입장에서 본 흑인과 백인이 처한 삶이 서로 얽히면서 전개된다.
"착하고 예쁘고 소중하다"는 말로 정성을 다해 백인 아이를 돌봐주는 에이빌린. 그리고 미니.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의 삶에 가슴 한 켠이 아려오고 언젠가 보았던 <미시시피 버닝>이 떠오른다.
마지막 장면.
에이빌린은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은 버리고 앞으로 가야하는 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흐르는 음악. 영화<The Help>
인생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식.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조적인 삶.
전반부에 형이상학적인 영상이 전개되고 급기야는 공룡까지 나온다.
성장 과정에서 보이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
나레이션을 통해 전개되는 영상.
동생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지 않으면 인생은 휙 지나갈 것이다."
영화 중 나레이션.
브람스와 스메타나의 음악이 바탕에 깔리고 마지막은 작가를 알 수 없는 진혼곡.
초반부터 철학적인 영상에다가 인과관계로만 사건을 이어가는 둔한 머리 덕에 역시나 고전했던 영화 <The Tree of Life>
철원 한탄강 상류지점 (111005)
Posted by 바람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