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중고를 같이 다녔던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초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하며
가까운 시일에 한국에 올 기회가 있으니
부모님도 함께 모시고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렇게 만났다.
세월 훌쩍 뛰어 넘은 시간에
고등학교 때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한다.
공통의 화제는 가장 친했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
친구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배어있는 
효자동의 거리와 건물들을 공간개념으로
서로를 연결시켜 말을 하는데
나는 더러는 생각이 나고
생각이 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시간을 유년시절로 회귀해 보지만
생각나지 않음으로 인해 막막한 서러움만 느낄 따름이다.

 오정희의 소설집<유년의 뜰>을 읽는다.
그리고 <중국인 거리>에서 묘사된 
동네의 모습과 친구 치옥을 떠올리며
다시금 그 친구와의 만남을 생각한다.


 2.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늦게사 구입한 티켓 관계로 박스석에 앉아서
그녀의 모습은 명확하게 볼 수는 없지만
음악을 통해서 성장한 손열음을 만난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피아노.
그리고 주고 받음의 대화.
강한 타건 그리고 유려함.
훌쩍 커버린 열음.
굉장하다.

 교향곡 6번 전원.
유려한 전원의 묵직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지만
이전의 극적 긴장감은 풀어지고 눈은 흐릿해진다.

 오는 길 미켈란젤리 씨디를 들으며 옛일을 떠올린다.
에밀 길레스에 키제킹, 미켈란젤리, 굴드.
그 중 젊은 날 LP판으로 꽤나 많이 들었던 박하우스의 연주.
그리고 늘 추워보이는 굴렌굴드의 LD 스튜디오 녹음.
그 특유의 의자에 앉아 웅얼거리며 지휘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웃음이 피식인다.

 뒤적거리며 갖고 있는 여러 개의 베토벤 피협 5번 CD를 듣고자 하나
몸은 이미 의도를 간파하고 마음과는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3.

 대둔산 정기 산행을 갔다 온 뒤로 생긴 접촉성피부염의 흔적.
한 해 여름나려면 서너 번 정도는 피부과를 다녀와야 할 만큼의
연약한 피부를 무시하였더니 가려움증으로 결국은 덧이 났다.
남보기 부끄러워 버티다 일주일 넘어서 병원엘 갔다.
아직도 손목 부근에 붉은 흔적으로 남아 있는 자국.
봄의 흔적이라고 자위를 하지만
이 흔적 사라지는 날 그 해 봄날의 기억도 사라질까를 생각한다.

 아카시아꽃 피었던 5월 어느 날
주변으로 퍼지는 향기 깊이 들이마시고 
꽃잎 우물거리며 아삭하니 베어 먹은 것을 기억하며
슬금 가는 봄을 보낸다.

 4.

 4월 읽은 책
 <신동헌의 클래식 이야기>, 박종호 <유럽음악 축제 순례기>, 이덕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2>,  최민식 외  <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루쉰산문집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장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덕무산문선 <책에 미친 바보>, 정출헌 외 <고전문학사의 라이벌>, 이주헌 <화가와 모델>, 노성두 <천국을 훔친 화가들>, 정은미 <화가는 왜 여자를 그리는가>
그리고 오페라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레온 카발로 <팔리아치>

 5월에.
  강병관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정종수 <사람의 한 평생>,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오정희 소설집 <유년의 뜰>, 김훈 <자전거 여행 2>, 김훈 <풍경과 상처>,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정은미 <아주 특별한 관계>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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