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내 차를 끌고 나섰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차창으로 이는 바람 소리 귀를 어지럽혔지.
그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즈음
저 멀리로 보이는 길 가운데서 가지고 온 음반을 들었지.
평창지나면서
비는 내리고 안개마저 끼어서
안개 속의 산들이 흐릿하게 지나가고 있었지.
브르흐 바이올린 협주곡.
볼륨을 높이면서 그 음악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지.
아름답게 채색된 지나간 것들에 대한 꿈을 꾸었지.
추억은 또 다른 기억을 일으키고
마음은 옛날로 떠나고 있었네.
길 떠난 자 다시 돌아 오지 못하고
다시 길 위에서 지난
사랑의 노래를 듣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유려한 선율 속
칼잡이 하이페츠의 특유의 보잉동작을 떠올렸었지.
그렇게 가버린 시간 더미들.
2.
모임 장소가 위치한 주문진 아들바위 지명과 횟집 장소
두 가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우둔한 머리의 쓸쓸함을 느끼면서
멀리 밤바다 사이로 오징어 배 보였지.
밤 바다.
모래사장.
바닷물 적심.
멀리서 보이는 그리고 가까이 인접한 바다.
동기들과의 만남이 그렇게 이어졌었지.
아침 술을 마시면서
취기 어린 눈으로 바라 본 소금강.
많은 무리의 등산객들이
계곡의 길을 따라 오르고
그해 여름 소금강에서 "바빌론의 추억"이라는 팝송을 들었었지.
여름의 더위는 계곡 속까지 따라 다니고
구룡폭포 앞에서 잠시 쉬며 물가를 휘휘돌며
오전 나절의 시간을 보냈지.
이어지는 햇살 속
여름 날 우리들의 꿈이 있었지.
다이빙을 끝낸 후 슈트를 입은 채
물가에 나온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면서
바다 바람 소리를 온 몸으로 듣고 있었지.
바위에 기대 앉아 푸른 바다를 응시하며
기다림의 일상에 빠진 낚시군과
주변 자무락질하면서 물과 한 몸이 된 사람과
한가하니 그저 바다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자신과
여름 날 오후 사천의 풍경은 그렇게 전개되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