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 비 내린 후의 나른한 오후 한 때가 지나갔지요.

오후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아 저녁 먹고

시간을 끌고 있었지요.

서늘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 늘상처럼 몸을 움직여

천변을 뛰었지요.

아침까지 내린 비로 물은 그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여 소리 내어 울고 그 분노로 인해 몸에서 김이 서려 올랐지

요.
일시에 강둑은 넓어지고

무서운 기세로 그것은 흘러 들어갑니다.

7시 넘어서 뛴 탓으로 날은 쉬 어두워지고

아하, 계절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 알고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지요.

노오란 달빛이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가

한 곳에 지나치니 훅하니 숨막히는 후각의 향연을 느꼈지요.

 그리고 한 편 더 어두워 가면서,

자그마한 생명체들의 움직임을 보았지요.

이름하여 꽁무니에서 빛을 내는 개똥벌레들.

반짝이면서 마치 밤 유영하는 모습에 신기해하면서

가던 발걸음 멈추고 손 내어 허공을 향해 잡으려고

휘저어 봅니다. 물가 군데군데에서 작은 움직임의 빛이

발하고 이렇게 계절은 깊어가는 것인지요.

  그리고 어둠으로 인한 주변 숲의 변화.

때론 그것은 빛의 요술로 인한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가

동물의 모습이 되었다가 아님, 상상력이라는 인자로 인해

무수히 머릿속에서 여러 형태로 만들어졌다가 다시금 생성이 됩

니다.

  간혹 마주 오는 차의 빛이 주변의 숲을 비쳐 여러 모습으로 만

들고
교교한 물소리, 움직이고 있는 발자국 소리, 반딧불의 움직

임.

 계속으로 변하는 마음과 같은 숲의 모습이 오늘 어스름의 풍경

이지요.

집에서 어딘가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점차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약해지는 것은 밤이 깊어 가기 때문

이겠지요.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빼꼭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지요.

문은 열어 놓았지만 선선한 기운은 몰려 들지 않고.

둑방길 걸으며 바람소리에다 물의 기운까지 느껴 볼꺼나.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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