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9시 20분 시작인데 20여 분 시간을 넘기고 앞부분의 상황 설정도
모른 채 영화를 봐야한다는 의무감으로 그렇게 보았다.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른바 빙의 현상을 소재로 한 히가시노 게
이코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비밀"을 보았다.
제목 비밀이 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죽은 아내의 영혼이 딸의 몸으로 빙의된다는 얘기로 시작이 되고
아빠와 딸의 관계로 혹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 괴로운 주인공의 고
뇌. 마지막 장면에서의 반전을 통해 사랑이라는 것이 희생을 통해 완
성되는 것이라는 느낀다.
헤이스케(부)-나오코(처)-모나미(자)
딸 모나미 역을 한 히로스에 료코의 천진한 눈 빛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들은(10대나 20대 이겠지) 이 영화를 보고 정신적인 황폐
감을 느끼기도 하고 마지막 반전 장면에서 울기도 하고 했다던데 감
정이 메마른 지적 수준이 떨어져 반전의 의미를 간신히 알아차린 나
는 무덤덤하고 같이 갔던 사람에게 집에 가서 영화비 6,000원 돌려
달라고 했다.
내 삶이 결코 찌들지는 않았는데
너무 살면서 무덤덤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원래는 "I AM SAM"이 개봉되었다는 정보를 듣고 갔는 데 아니었고
문화의 달에 맞게 러시아 볼쇼이 합창단에다, 오페라의 유령에다 곳
곳에 포스터가 눈에 띄고 추운 날씨에다 알량한 주머니 생각도 한 그
런 날이었다.
인터넷에서 "비밀"에 관한 글을 읽다가 우스운 이야기 한 토막.
이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했을 때 가장 적절한 배우 뽑기
가 있었고 여러 배우의 사진이 나왔고, 그 중에 하리수를 추천한 사
람의 글이 있었다.
마지막 결말의 반전 부분에서 하리수가 이렇게 이야기 했을 것이라
고. " 난 당신의 딸도 부인도 아닌 니 애비다."
부연하면 딸의 육체를 빌린 아내의 정신은 남편의 괴로움을 덜기
위해 딸인 모나미 행세를 했었고 결국은 설기현을 닮은 아이와 결혼
을 하게 되고 결혼한 후 딸을 만난 자리에서 딸이 지닌 꽃바구니 안
에서 곰인형(그 안에는 아내에게 준 결혼반지가 들어 있다. 미혼의
딸이 결혼 반지를 낄 수 없으므로 곰인형에다 넣고 항상 지니고 있겠
다고 하였다.)을 보고 또한 결혼한 딸이 턱수염을 쓸어 주는 행위를
통해 주인공은 그동안 아내가 자신을 위해 딸 역할을 했음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지.
한국 영화 "중독"은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려나.
예전에 나온 "고스트"가 생각이 나네. 언 체인지드 멜로디 선율이 떠
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