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30주년 행사장에 갔었네.
20주년 행사하고 다시 십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초로의 중년이 되어 다들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아 가고 있었지.
학생회에서 학도호국단 체제로 바뀌었고
빡빡하니 민 머리
고교 시절의 가슴 시린 추억으로 돌아 올꺼나.
야자 이후 학교 앞 거리는 백인에 흑인에 황인종에
그리고 잡종까지 어울린 국제거리.
비행기 이륙 연습하는 소리.
5시 알리는 예포 소리.
딱딱한 나무 의자.
우리 젊은 날 공포의 다이아몬드 스텝.
운동장 스텐드에 있던 그 속이 빈 커다한
미류나무는 베어 없어지고
흘러 간 것이 어찌 시간 뿐이랴.
고단한 삶 더 살고 10년 후의 만남을 약속하고
취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뿔뿔히 헤어졌다.
유통 기한이 지난 세대.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생각나는 밤.
과거의 추억을 반추하며
그렇게 더러는 쓸쓸해 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