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오랜만에 아침 뒷동산을 오른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분주하게 아침 산을 오르고
그간 구부러진 허리 스트레칭도 하고
무슨 바쁜 일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다가
게으름이 주원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산길.
길 주위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마른 아카시아 꽃잎들.
지천으로 아카시아 향내를 낼 때를 머리 속으로 그려 보지만
이미 봄날은 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멀리서 뻐꾸기 운다.
다투어 피는 봄꽃들 올핸 많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서 다른 꽃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새 순 따 먹던 찔레꽃, 붉은 장미
그리고 강대 연적지를 지나다 본 수련.
학교 담벼랑 쪽에서 본 푸른 붓꽃.
주변에 조금만 눈을 돌려도 가는 봄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주변의 자잘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
2.
자주 가는 디카싸이트에 접속했다가 평소 관심있는 렌즈에 대한 사용기
를 본다. 다른 회사 렌즈와의 선예도 등을 비교한 것을 보면서
지름신이 강림하는 것을 느낀다.
손떨림 증상이 조금 있는 나로서는 최근의 기술을 동원한 VR렌즈(니콘
사 손떨림방지 렌즈명)가 솔깃해 졌고, 여러 사람들이 쓴 글과 사진을 한
참이나 보았다.
셔터 속도가 떨어지고 흔들리는 어두운 상황에서도 나온 사진들은
쨍해서 한편 나도 저것을 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격을 보니 VR기능을 가진 렌즈는 동종의 그 기능이 없는 것에 비해
2배의 가격이다.
한편으론 내지르고 실구매가의 1/3 가격으로 샀다고 얘기를 하려다
가격대 사용비율 등등을 생각하다가
그리고 못난 것들이 내공을 증진할 생각은 안하고
장비만 탓하고 있다는 착한 생각으로 다시금 돌아 왔다.
그러나 VR렌즈에 대한 욕심은 잠재되어 있음을 느끼며
"좋은 것만을 누리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라는
"윤광준의 생활명품" 책자의 카피 문구가 생각이 난다.
3.
아침 신문을 읽다가 김봉준이 그린 박경리 선생의 초상에 그려진 문구
가 맘에 와 닿아 아래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