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바람만이 나부끼는 거리에 서서 어느 연극을 볼까 고심을 하다가
카프카의 <심판>을 보기로 한다.
관객의 편의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소극장의
좁다한 좌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난해한 현대극을
2시간여 보다 보니 저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인과관계를 거부한 현대극이 주는 난해함을 느끼며,
해설서를 봐도 모르겠다.
어차피 극의 내용 자체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그려주고 있음에야.
하여,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다.
카프카라.
흐음, 기억은 고등학교 2학년 때로 넘어가고.
그때 <변신>을 읽고 뜻도 모른 채 독후감을 썼던 기억.
주인공 그레고르의 삶이 파편처럼 박힌다.
<변신>의 주인공은 던진 사과에 맞아 혼자 외롭게 죽어가고 주변의 무관심.
다시금 일상이 시작되듯이 <심판>의 주인공 요제프K 역시
아무 이유도 없이 체포되고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개처럼 죽는다.
작품의 난해성.
독자에 대한 친절을 엿볼 수 없는 작품.
음울한 정신세계 속 느끼는 불안정한 심리.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작가의 삶과 관련하여 작품을 해석한 글을 읽으며
무시무시한 고독 속에서 이방인으로 생활을 했던
작가의식 세계의 어두운 면을 엿볼 수 있다.
체포 - 법원의 심리 - 형집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직장과 일상에서 소외된 주인공의 처한 상황을 생각하며
처한 상황에 대해 외로운 투쟁을 벌이지만
마지막의 "종말"에서는 체념한 상태로 포기한 주인공의 의식을
생각하며 의문을 품는다.
연극을 보고 난 후,
다시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영 개운치 않다.
작자가 말하려는 중심 내용이 무엇인가에 촛점을 맞추는 책 읽기 방식에
대해 나름 다시 생각해 본다.
대학로 "민들레 영토"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세속적인 인심은 그렇게 가지를 못하는 구나.
변한 인심을 탓하며,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