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중 산에 좀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마누하님의 엄명을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릴 수 없는 나이가 되어

고객이 KO될 때까지 작전 계획을 짭니다.


 일단은 새벽에 일어나 깨워서 응하면 같이 간다는 식의

치졸한 계획이 구상이 되고서 이른 아침에 몸을 움직입니다.

에구, 눈을 뜨셨군요.


- 5. 2. 안마산.

 

 오랜만에 가게 되었지요.

옛날 석사동에 살 때에는 종종 마실 삼아 갔었지요.

이날은 일교차가 커 개스가 차서 몇몇의 풍경들이 지나갔지만

사진기는 물론 전화기도 안 가지고 온 것에 대해 후회를 합니다.

늘상 후회는 늦게 찾아 옵니다.


 내려오다 보니 중턱에 카페가 생겨 잠시 구경을 갑니다.

J.S.BACH 라고 이름지어진 것을 보니

주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들어가면 고전음악을 내리 틀어 줄 것 같다는

잡다한 망상을 하면서 내려옵니다.


 - 5. 3. 드름산.

 

 전날 밤에 내린 비는 그쳤습니다.

오늘은 드름산행.

칠전동 아파트에다가 차를 주차시키고 나가는데

우산을 갖고 가자고 합니다.

나는 비도 안 오는데 필요가 없다고 그냥 나섭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여성분의 이야기는 귀를 쫑긋 세우며 들어야 한다는 것.

중간쯤 가다가 비가 와서 되돌아 왔습니다.

<장끼전>에서도 보면 까투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린 장끼는 화를 입게 되지요.

이제부터라도 착실하게 말씀을 잘 들어야 겠습니다.


 드름산에 오르는 아침시간.

비가 그친다는 예보와 달리

비는 다시 내리고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이 되어

무작정 걷다가 내리는 비에 후퇴.


 내려 오면서 "내일은 대룡산행이야!"를 외쳐봅니다.

내심으로는 이른 아침에다가 큰 산에 대한 부담감을 주어

스스로 포기하려고 했는데 문자를 날리더니

내일 산행에 친구 한 분을 추가합니다.

 

 드름산 -  폰카

 

 

 

5. 4. 대룡산

 

 오늘 하루를 더 쉰다는 생각에

아침 나절 마음은 여유롭기만하다.

인적 없는 산길의 호젓함.

어제 내린 비로 눅눅하게 숲은 젖어 있고

바람이라도 불면 후두둑거리며

지난 밤의 흔적을 남긴다.

 

 연녹색의 신록이 짙어지는 것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낍니다.

좋아하는 계절과 시간의 그 한 때는 이렇게 빠르게만 지나가고

녹색으로 변해가는 주변의 사물을 보면서

산 비둘기와 꿩의 울음 소리 속에 아침 하늘은 열리고

늘상 말이 없는 당신과의 만남은 다음 해를 또 기약해야 하는 것인지요.

 

 

 

 

 

 

 

 

 

 

 

 

 

-5. 5. 삼악산

 

 전날 음주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떠지는 눈.

오늘은 아침 먹고 금병산을 가자고 했던 마누하님의 말을 떠올려 보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홀로 삼악산으로 갑니다.


 밖의 온도는 4-5도.

어제 대룡산정에서의 바람을 생각하다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선 자신을 자책합니다.


 중턱도 못 올랐는데

부지런한 햇님은 대룡산을 넘어오시고

한기에서 온기를 조금이나 느낀 중생은 감사할 틈도 없이

오른쪽으로 호수를 낀 능선길을 따라 오릅니다.

다시 밀려 오는 호젓함.

나름 연휴기간에 한 일들을 생각해 보다가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하면 잠시 쉬고 생각을 합니다.


  돌아오는 길.

딸 아이에게서 신혼여행 잘 갔다왔다고 전화가 옵니다.

그래 너도 나도 이젠 일상으로의 복귀로구나라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폰카 - 흑백스케치변환 필터 사용

 

 

폰카 - 비네팅 효과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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