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노동당사 앞에서 DMZ 평화음악제를 한다고 하여 토요일 춘천 나가는 것을 미룬다.
초청연주회 관계로 티켓이 사전 배부되었지만 구하지 못해 노심초사하다가
넓은 야외를 생각하고 안 되면 근처에서라도 볼 요량으로 바삐 연주회 시간에 댄다.
6시 예정된 음악회는 조명 등 기타 관계로 한 시간이 늦춰져 7시에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6시가 넘은 상태에서도 앞의 예약석에는 좌석이 휑하니 비어 있다.
7시에 시작을 한다면 저녁을 먹고 나왔을 것이라는 원초적인 생각과 함께
사과의 말도 없이 단순 안내만 하는 것에 대해 속으론 내심 불쾌해진다.
뒷자석에 앉아 있다보니 아이들 부산하게 움직이고 기타 소음 등이 신경 쓰여서
앞의 텅빈 예약석으로 자리를 옮기며 연주 목록을 본다.
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앞 예약석의 사람들이 몰려와 앉고
안내 방송을 통해 클래식 감상시의 주의점을 반복 반복 또 반복을 한다.
발전기 소리 지속적으로 나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음 속 연주가 시작된다.
첫 곡은 베버의 오베른 서곡.
앞서 본 연주 목록과는 달라서 다시 보니 시벨리우스 핀란디아는 옆에
"온리 서울"이라는 자그마한 글씨가 눈에 띈다.
역시나 마이크는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저음부에서 웅하는 울림이 들린다.
야외 공연상 나타나는 한계로 생각을 하고 곡의 리듬을 따른다.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활을 긋는 힘찬 동작에서 젊은 연주자의 열정을 읽는다.
옆의 할머니 꾸벅거리며 졸더니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며
사탕을 꺼내 옆 할머니에게 나눠주고 내게도 주신다.
브루흐의 콜니드라이.
인간의 음성을 닮은 악기 첼로.
저음의 소리는 마이크의 하울링으로 인해 웅웅 거리기만 한다.
음악을 들으며 젊은 지난 날의 한 켠이 지나간다.
춘천 명동에 위치한 우륵다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곳에서 처음 들었던 브루흐의 첼로곡.
그 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연주자들의 음반을 사들여
어두워가는 시간에 혼자 앉아서 듣곤 했던 기억이
첼로의 낮은 선율을 따라 일어선다.
추억제.
하나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린다는 것은 좋은 일.
낱낱의 기억들은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 다시금 살아서 돌아 온다.
베토벤의 3중 협주곡.
불안했던 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울린 소리를 내고
1악장부터 바쁘게 몰아가다가 2악장 느릿하게 시작한다.
각각의 악기는 둘 혹은 셋이 되면서 서로간의 대화를 나누고
야외공연 관계상 실내악 연주 감상의 몰입이 어려워지지만
연주자의 움직임과 마이크를 통하여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협주곡이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
서늘한 밤공기 내려앉는 시간.
어둠 속 조명에 의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노동당사.
그리고 밤하늘을 가르는 연주자의 열정.
<Concerto for Peace 철원 DMZ 평화음악회 프로그램>
일시: 2013. 6. 22 Sat 18:00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앞 특설무대
지휘: Christopher Warren-Green 크리스토퍼 워렌그린 바이올린: Julian Rachlin 줄리안 라클린 첼로: Lynn Harrell 린 하렐
피아노: 김대진 오케스트라: KBS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곡: 베버 - 오베른 서곡, 생상스 -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작품 28, 브루흐 - 콜 니드라이 작품 47
베토벤 - 삼중 협주곡 C장조 작품 56
베토벤 3중협주곡 연주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