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10 (목) <일정> (09:25) 벽소령대피소 - (12:22) 세석대피소 - (15:21) 장터목대피소 - (17:00) 천왕봉 일몰 - (17:52) 장터목대피소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녘에 잠에서 깼다.
바람은 건물을 부딪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산속으로 달아나고
어제의 악몽이 생각이 난 나는 오늘의 산행을 걱정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아침 나절 바람은 계속해서 불고 오늘의 일정을 고려해서 느릿하게 출발을 한다.
대피소 지나 초입의 평탄한 길을 지나면서 보이는 지리산의 산군들.
잠시 바람이 잔잔하더니 다시금 바람이 분다.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계단길.
동행하는 이 없는 산길에선 언제나 길게만 느껴지고
외로움 달래기 위해 주변의 산을 바라보며 산 풍경으로 마음을 채운다.
어제 산행 중 교차하며 만난 사람은 단지 두 팀 세 사람.
오늘은 어제와 달리 몇몇의 사람들을 더 만난다.
어제 호된 신고식 덕분에 몸과 마음은 진정이 되었고
이젠 한 편의 수묵화로 다가서는 산중 풍경 속으로 들어선다.
세석평전의 너른 뜰을 지나 오른 촛대봉 그리고 조망.
천왕봉은 가깝게 보이고 다시금 돌아온 길 뒤돌아본다.
하트 모양의 반야봉 그리고 저멀리로 보이는 노고단.
겹겹이 쌓인 산들.
길들은 이렇게 이어지고 다시 길위에 서서 발길을 옮긴다.
연하봉을 넘어 장터목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오후의 시간으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지난 가을 날의 풍요로웠던 산색의 따스함을 생각해내고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언제나 주관적인 것.
사람이 없는 산의 적막감.
텔레만의 느릿한 관악협주곡 한 소절 생각.
아무도 없는 천왕봉 산중턱에서 주변 산을 돌아 보다가
저멀리 무리지어 있는 산들 사이로 길게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본다.
지난 날에 대한 생각은 이어지고 제석봉 고사목 쓸쓸하게 기억을 간직한 채 서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나
세석평전 그리고 대피소
촛대봉 조망
장터목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천왕봉 가는 길
천왕봉 그리고 주변 조망
제석봉의 황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