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들어가는 길 주변에 선 풍력발전기 느릿하게 움직였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소나무들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지난 날 찾았던 매바위의 바람을 떠올렸네.
차창 문을 열자 몸으로 전해지는 것은 세찬 바람.
눈물 그렁이며 과거의 기억들 떠올리고
그 기억들 더해져 다시 이자리에 섰었네.
바람은 얼음 위에 치려던 타프를 밀어 올리고 혹은 찢으며 그 존재를 알렸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바람.
억새풀의 스산한 움직임.
바람 타고 떨어져 내리는 얼음 조각.
그리고 둔한 움직임.
손끝으로 전해지는 알싸한 매바위의 겨울 날 기억.
가고자 하는 길들 저 앞에 있었네.
부는 바람으로 가깝게만 느껴지지 않고
한 가운데 서서 바람의 움직임을 읽으려 했었네.
눈물 사이로 흐릿하게 길들 보이고
살아가는 일이 이보다 더한 것들도 많다고 되뇌이면서
겨울 바람 속 매바위에 섰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