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매미의 울음 소리를 뒤로 하고
송추유원지 계곡을 따라 도봉산 오봉을 향해 오른다.
인수봉 바윗길 등반시 멀리서 보였던 도봉산의 오봉.
가을이 가기 전에 가보겠다는 생각이 늘상 앞섰고
가는 비마저 내려 서늘한 아침을 맞는다.

 산 주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동행한 후배는 말하고
어찌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를 생각하는 시간.
길 들머리에서 반갑게 딱따구리가 아침 인사를 한다.
능선길을 오르며 산 주변을 본다.
상장능선 사이로 보이는 인수봉.
삐쭉 솟은 백운대.
정상이 바위 봉우리인 사패산.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인지한 매미들은
계절의 끝을 알리는 힘겨운 울음을 울고
그리하여 오른 곳이 여성봉.
산 봉우리 이름의 유래를 생각하다가 슬그머니 웃음을 짓는다.
도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길냥이 이 곳까지 올라 자리를 잡고
측은지심에 주변의 등산객들 먹을 것을 던져 준다.

 여성봉에서 바라 본 오봉.
점점 더 가까이 갈수록 미지의 대상에 대한 실체는 드러나고
경치가 좋다는 가을 날
따슨 햇빛을 받으며 느릿하게 오른다.
언제나 내가 봤던 것은 일부분이었고
전체의 모습을 담기 위해 광각렌즈를 꺼내
산의 주능선에 위치한 봉우리를 사진에 담는다.
봉우리의 이름을 다시금 부르면서
그 모양새와 위치를 머릿 속에 각인시킨다.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네 개의 중심 봉우리가 보이는 곳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신선대 전망대 바로 앞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봉우리 무리.
단풍을 보기 위해 모인 수 많은 사람들.

 선인봉으로 내려 가면서 나는 알았네.
내가 본 것은 언제나 전체가 아닌 한 부분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전체인 양 말했고
도봉산에 왔을 때는 언제나 선인봉에만 왔다.
바윗길 오르면서 선인봉에 가려서
옆에 만장봉과 자운봉, 신선봉 그리고 오봉이 나름 자리를 잡고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고 있었음을 모르고 있었네.

 언제나 근시안적인 시각을 벗어날까를 생각하다가
하산 길에서 마주하게 된 김수영 시비.
소시민적인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반복성.

 이 곳 저 곳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두리번 거리며 올랐던 도봉산의 추억.


멀리 보이는 사패산


여성봉


오봉








도봉산군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만장봉





WITH G10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딱다구리







선인봉 바윗길


인절미 바위




여성봉 주변에서 만난 고양이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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