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 서두르다가 카메라를 놔두고 왔다.
기억보다 앞서는 것은 기록이라고 늘상처럼 이야기했건만
이제는 하나를 생각하면 하나를 잊어 버리는 둔한 기억력을 탓하는 수밖에.

 두어 달 만에 하는 등반이라 운동 부족으로 몸은 자꾸만 위축되고
미륵장군봉의 바위들은 높아만 보인다.
이미 앞선 두 팀으로 인해 가고자했던 코락길 가지 못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타이탄길을 오르자고 한다.

 저 멀리로 보이는 가리산 봉우리
인접한 몽유도원도 리지 길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오를수록 길은 어려워지고
어찌하여 운동을 게을리 했던가를 물었지만
답은 얻지 못하고 하늘로 오르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가을 풍경 속으로 빠져 든다.


등반을 마치고 하강 중                                                                              이수명 사진.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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