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기 전 날.

이어지는 술자리 마다하고 이른 아침의 출발을 위해

오르는 취기를 억누르며 주섬주섬 짐을 싸며 애써 잠을 청한다.

 

 2.

 도선사 주차장.

이미 많은 차량들이 주차장을 꽉 채웠고

절로 향하는 선남선녀의 발걸음 가볍다.

어묵에다 김밥을 사서 국물을 삼키며 올려다 본 하늘.

아침나절 바람은 고요하고 하늘 흐릿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하다가 의대길로 가기로 한다.

더러는 부시시한 눈으로 일어나 침낭을 개고

모여앉아 아침을 준비하는 야영장의 일상.

슬랩교육을 시키는 일단의 무리를 지나 출발점에 도착한다.

선등자 올라가면서 바위면이 미끄럽다고 툴툴거린다.

2번 등반자 잠시 올라가다가 주춤.

역시 바위가 미끄러운가 보다.

 

 오아시스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앞서 있었고

의대길은 어림잡아 앞으로 열 대여섯 명은 더올라가야

우리들 순번이 될 것 같았다.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대상지 변경.

반트길로 가자고 서로간의 합의를 본다.

반트길 인접해서 주변에 오른 사람에게 물으니

우리가 오른 길이 반트길 바로 옆에 위치한 패시길.

이름의 연유를 물으니 패시산악회가 개척한 길이란다.

오버행 중앙에 길이 난 반트길을 보고 우리는 잠시 침묵.

패시길을 제대로 올라 왔으니 패시길로 가자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래론 점점 늘어나는 등반객.

뒤를 이어 꼬리를 물고

오른편 의대길을 보니 다닥하니 등반객들 순서를 기다리며 오르고 있다.

저멀리 도봉산의 오봉이 흐릿하니 보이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도시(정태춘 노래 가사 구절 인용)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도시에 인접한 산.

무학대사의 풍수를 예찬할만하다.

지리하게 늘어지는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씩은 팽팽한 긴장을 느끼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종종 나서는 산길.

그 긴장감은 이어지지 못하고 일상 속에서 풀어지고

다시금 나를 세우기 위해 되풀이 되는 산행. 

 

 바위 그늘아래 붙어있던 눈덩이들.

봄날의 따스함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다.

 

 3.

  사진 몇 장 찍다보니 밧데리 아웃 상태가 되어 버렸다.

 전날 무게가 된다고 빼놓았던 예비 밧데리.

찍고자 하는 풍경들은 눈 앞에 펼쳐지는데

동력원을 상실한 기계는 먹통되어 작동하지 않고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편의주의에 대해 반성을 한다.

 

 오랜만에 오른 인수봉 정상.

타고 오르는 바람 속 밀린 허기를 달래며 본 주변의 산들.

백운대를 오르면서 인수봉 정상에서 하강하는 사람들을 보며

등반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가지고 온 음식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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