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캠프엘 갔었네.
날 추워질 것이라는 예보와 함께 준비할 것 많은 마음.
한창의 겨울 나기에 이것저것 싸들고 갔지.
토요일 오후부터 날씨는 코 끝을 얼얼하게 하고
더러는 시간 관계상 먼저 빠져 나가고
혹은 다른 산으로 산행을 떠나고
우리도 딴산으로 향한다.
조촐한 그리고 풍성한 남아 있는 자들의 잔치가 시작되고
밀렸던 이야기 술을 안주로 삼아
술술 넘어 가는 밤의 운치.
오리와 명태와 닭 등의 남의 살을 먹으며
사나이의 로망을 뽐내는 밤.
밤하늘의 별은 빛나고 있었을까?
작은 텐트로 옮겨와 잠을 청한다.
안 쓰던 침낭 커버까지 동원된 고단한 한뎃잠.
오르는 취기에 밀려 깊고 혼곤한 잠에 빠져 든다.
아침.
영하 20도 밑의 날씨의 매서움.
바쁠 것도 없는 시간에 꼼지락거리며 아침을 맞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인공빙벽에 줄을 걸고 있고
아직도 취기가 밀려 다니고
그보다 더한 추위가 강변을 떠다닌다.
궁시렁거리면서 몸을 움직여 줄을 걸러 나갔을 때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선점을 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자리를 잃어 버린 우리들은
어제 걸어 놓았다는 오른쪽 벽으로 향한다.
움푹하니 들어가 햇볕조차 들지 않는 곳에서
바람이 일 때마다
몸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그것으로 존재에 대한 확인을 한다.
사람이 적은들 어떠하랴.
뜻을 함께한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것을.
나눔으로 서로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독불장군으로 살기 힘든 이 세상에서 공생의 지혜를 배운다.
추운 날씨로 경유차들은 다 퍼져 버리고
급기야는 드라이기까지 동원하여 회생시키고
퍼덕거리다 멈춰버린 차
강변 내리막 길까지 같이 힘모아 밀면서 서로에 대한 우의를 다진다.
바람 부는 날.
피부 속까지 파고 드는 겨울 날.
딴산의 흰색 이미지는 아름답게 기억되고
잠시 앉아서 탔던 스케이트.
찍히는 얼음 위로 지난 어린 시절이 함께 살아 돌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