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지인 두어 분이랑 유명산 산행을 했습니다. 도착한 시각이 1시 45분 경이었고, 물 구해서 라면과 햄버거도 먹고 힘차게 산으로 올랐지요.
오름의 과정은 수월했고, 유명산이란것이 별것 아니구나라는 자만심 마져도 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시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고, 작년 겨울 이곳에 왔을 때 힘들게 오르던 생각이 아련했었고. 정상에서 잠시 쉬고 계곡 쪽으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행복 끝 고통 시작.
좀 전에 까지 내린 비로 계곡 주위의 물소리는 온통 귀를 어지럽혔습니다.내리막 길 자체가 작은 시내를 이루고 있었고, 물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포말로 부서지며 어디론가 흘러 갑니다.
첫 도강 지점.
막막했지요. 좀 더 얕은 곳은 없는가 하고 여기저기 찾아 보았지만결국은 남들은 등산화 끈 풀고 맨발로, 나는 샌달 신고 있었고, 샌달 덕을 보았지요. 첫 도강.
계곡의 물 들이 소리를 치며 우리를 부릅니다.
눈 마져도 거뭇거뭇 혼미해지고, 뼈 속마져 시림을 느끼고 반바지를 입었지만 또 것어 올리고 히히, 나는 긴다리 덕분에 젖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히히히....
두 번째 도강.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 계곡을 건넜지요.
로프라는 것도 없었구. 무식한 자가 용감한 자라구. 긴 나무 구해다가 바닥에 대구 한 발 한 발 삶의 비극적 의미를 느끼면서, 돌아 흐르는 물을 보며 공무도하가를 불렀지요.
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
삶이란 이렇게 버거운 것일까요?
세 번째 도강의 시도.
반면 물의 유속이 우리를 움추러들게 만들었고, 결국 우회. 너덜지대 위 능선 쪽으로 다시 우회. 내려 왔지만 다시 물은 우리의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위로 아래로 다니면서 얕은 곳을 찾아서 결국은 그곳으로 건넜지요.
내려 오다 다른 팀을 만났습니다. 그 분 들은 아예 옷이며, 신발이 다 젖어 있었고, 잠시 내려 가더니 물에서 아예 몸을 담그고 있더군요.
네 번째 계곡 건넘. 희망이 보였지요. 이제는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 그러나 입구 쪽에서 다시 물을 건너야 했었고. 이렇게 일주 오도하기가 마무리 된 시각이 3시간 20분. 총 4시간 20분이 소요된 유명산 산행이었습니다.
공무도하가에 나타난 물이 이별의 심상이라는데 생각하면 조금은 아찔했던것 같기도 합니다.
97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