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산행 후 들이부은 술은 아침까지 젖어 있었다.
욱신거리는 머리를 들며 하루를 시작한다.
볼더링 대회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를 생각해 본다.
암장 운동을 안 한지가 꽤나 된 것 같고,
한편으론 주말마다 산엘 다녔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지만
내면의 울림은 언제나 공허하다.
한가한 틈을 타
홀드 한 번 슬쩍 만져 보고 예전의 감각을 생각해보지만
아련한 꿈과 같이 느껴지는 것은 운동을 안 한 자의 궁색한 변명과도 같은 것.
나름대로의 생각과 앞에 놓여진 걷는 길.
갑자기 암장이 좁아져 보이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