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기록>
 (08:40) 한계령 휴게소 - (10:03) 갈림길 - (11:33) 귀때기청봉, 중식 - (12:40) 갈림길쪽 하산 - (14:05) 갈림길 - (15:52) 한계령 휴게소


 1. 
 설악의 가을날 붉은 단풍이 다시 보고 싶어 졌었지.
알락달락한 단풍의 색에 현혹된 딸아이와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중년의 아내를 꼬드켜 일주일만에 다시 오른 한계령길.

 흐린 날이었네.
날씨 덕에 시선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바람마저 불고 있었지.
떡갈나무 잎들은 이미 떨어져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앙상한 나무가지들만 지천으로 보이는 산길이었네.

 2.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었지.
대청과 귀때기청으로 갈라지는 길.
멀리 설악의 주변 산군을 바라보지만 흐릿한 날씨로
주변의 것들은 가려져 있었지.

 바람부는 귀때기청 너덜지대에서 신년산행때의 기억.
언덕을 타고 능선으로 오르는 바람은
길 가는 자를 주춤하게 만들고 눈물마저 핑돌아 앞을 볼 수 가 없게 되었지.
손끝을 타고 오르는 한기와
방풍의마저도 무색하게한  온 몸을 휘감는 바람.
잔뜩 움추린 채로 걸어야했던 바위지대의 길.
쌓인 눈으로 길들은 사라지고
과거의 경험을 되세우며 걸었던 보이지 않는 길.

 귀때기청봉에 섰었네.
산 안내 표자판 뒤에 앉아 하늘 맑아지길 기다리며
보이지 않은 설악의 능선을 보며 이른 점심을 먹었지.
오름길 눈물 나던 과거의 기억과는 다르게 오늘은 바람불지 않는 날.
구름 속으로 해는 잠깐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지만
지속되는 흐린 날 속에 맑은 날을 기대한다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일.
대승령쪽으로 해서 장수대로 내려가자고 이야기를 건네보지만
음흉한 의도를 간파한 식솔들은 시쿤둥하고
하여 이제는 다시 오른 길로 하산의 발걸음을 옮겼네.
구상나무 군락지 지나가면서
푸른 하늘을 향한 이루지 못한 꿈을 간직한 고사목을 보았지.
잎들 이미 떨어져 을씨년스런 겨울의 풍경이 펼쳐지고
더듬거리며 주변을 돌아보며 남아 있는
가을의 붉은 빛을 찾으려고 몸을 움직였네.
시선은 다시금 펼쳐지는 설악의 긴 마루금을 따르고
지난 산행 때의 동선을 손으로 가리키며
아름다웠던 산자락과 붉게 물든 산을 생각하며
귀때기청봉을 뒤로 하고 내려왔었네.



 설악산 공룡능선 조망

 귀때기청봉





 하산하면서 본 귀때기청봉











  갈림길 내려오면서 본 귀때기청봉



 한계령 하산 길에서 본 가리산능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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