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어딘가에 남아 있을 가을 빛을 그리며

오후 나절 삼악산에 올랐네.

 

 강가에서 부는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고

건너 편 우리가 올랐던 바위길을

찬찬히 보면서 그렇게 올랐지.

 

 인적 없는 산.

탈색된 머리처럼 짙은 산빛은 남아있지를 않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안녕을 고하는

비올레타처럼 시간은 그렇게 흘러서

한 해의 끝을 알리고 있고

뒤돌아 본 자리

나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날이 흐리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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