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이었네.
과거 수려했던 운악산의 이미지를 생각했었지.
바위들이 우뚝하니 솟아있고
바위의 이름마저도 아름다웠다고
마음 속으론 이런 생각만 계속해서 일었지.
전날 비가 내려서
계곡의 물소리 산등성이 좌우를 타고 오르고
젖은 땅위로 여기저기 보이는 버섯들.
바람마저 불지않은 이런 날씨에
정직한 몸 묵은 땀 연신 흘렸지.
그리고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잠시 숨막힘.
산자락 보이지 않고
정상 가까운 곳에 앉아
땀으로 젖은 수첩을 꺼내 들었지.
잠자리 무리를 지어 허공을 날고
흐릿한 산자락의 형세와
혼미한 머리 위로 땀이 연실 흘렀지.
현등사, 민영환의 암각 글씨 지나쳐 버리고
아래 계곡에서의 탁족.
발목까지 담그고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이전 여름철 더웠던 날들을 생각해 보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