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 대상지: 춘천 근교 산행

         홍지고개 - 몽덕산 - 가덕산 - 북배산 - 계관산 - 청운봉 - 등선폭포 출구

2. 시간 기록:
 (07:00) 홍지고개 - (07:50) 고개마루 - (08:54) 몽덕산 635m - (10:02) 가덕산 858.1m - (11:20) 북배산 - (13:04) 계관산 735.7m  중식 -  (14:10) 출발 - (15:30) 임도 갈림길 - (17:08) 석파령 - 청운봉 - (18:30) 흥국사 - (19:10) 등선폭포 입구 
                                                                                                         총 12시간 10분 소요.

 
 눈이 내렸다.

저멀리 보이는 흰산을 보면서 전번 날 몸살로 인해 중도에 그만 두었던 그 산이 떠올랐다.

 아침나절,
눈발 가벼웁게 날리며 렌즈를 하나 더 들고 나가는 나의 가슴은 가볍게 뛰고 있었다.
함께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휴양림 지나 홍지고개 입구.
매끄러운 눈길 때문에 차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

 장비 점검하고 미끄러운 고갯길을 오른다.
흐린 날.
나는 보았지.
누군가 눈 속에 떨어뜨린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메모리카드를 보면서, 그 속에는 과거의 시간들이 차곡이 쌓여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고개 마루.
고개를 넘어 선 저 쪽은 가평군 북면.
눈도 내린데다가 산행시간도 만만하지 않으리라 생각을 하고 그렇게 올랐지.

 산불 방화선을 따라 쭈욱하니 연결되어 있는 산행 길. 
눈발도 날리면서 주변의 날씨도 흐릿해지면서 가져온 렌즈 무게를 서서히 느낀다.
자디 잔 눈들 계속 내리고,
눈 밟는 소리.
참나무, 낙엽송, 눈을 업고 있는 억새풀들과 장갑 낀 손위로 내려 앉는 눈의 결정체.

 7시간만에 도착한 계관산.
삼악산까지의 남은 거리가 만만하지 않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조림용 잣나무가 있는 곳을 지나 간다.
흰 눈이 가지에 내린 키가 작은 변형 종인 펑퍼짐한 잣나무들을 보았지.
석파령이 얼마나 남았을까를 생각하면서
다리엔 점차 힘이 들어가고
수없는 오르내리막을 걸었지.

 날은 어두워지고 헤드랜턴을 켜고 삼악산을 향했지.
불빛을 받은 흰 눈은 반짝이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 냈었지.

 길을 잃었네.
눈 덮인 길에서 사람의 자취는 찾을 수 없고,
어둠 속 저 멀리 민가의 불빛은 보이건만
근시안의 불빛만 의지해서 여기저기를 찾아 보았지.
어둠 속 지도도 필요 없고
오직 과거의 희미한 경험과 감각으로 가는 수 밖에.

 삼악산성터인 청운봉에 올라
어두움 속에서 다가 선 삼악산을 보았지.
우리의 목적지의 끝인 그곳.
그리고 흐릿한 적막 속의 흥국사 불빛을 보았을 때
그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우리의 눈을 보았지.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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