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시립화장터에 갔었지.

간 밤의 추위보다는 누그러진 날씨였지만

굳어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오히려 더한 한기를 느꼈네.

 

  화장하기 위해 관을 밀어 넣는

순간 저 밑바닥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고,

문득 김천 화장장에서 그렇게 보낸 동생 생각이

떠올라 아침나절의 서글픔이 한동안 지배했었네.

열매가 툭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세상에서의 삶은 허망한 것이고,

덧없는 것일까를 생각하네.

지상에서의 육신의 고달픈 삶을 연상하고

사후의 세계에서의 안녕을 생각했네.

 

  알 수 없는 슬픔은 연이어 밀려 오고,

그리고 진혼미사곡(레퀴엠)을 생각했었네.

너무나 낡은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괴로울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며,

괴로움을 이기고 삭힐까.

머리 속으론 미완성의 모짜르트 레퀴엠의 선율을 떠올리고,

 

  아침 나절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육신이 몸이 재로 되는 화장장에서의

현실을 직시한 역설일까?

 

집에 들어가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2악장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나 들어야 겠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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