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밀려 오는 한기.

나침반을 들고 동이 트는 곳을 확인하고

전망 좋은 곳을 찾아 나서나 기다란 나무에 시야는 가려서

저 멀리 타트라 산맥군만 보일 뿐.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오르는 트레킹족.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함께 따라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주변에 어우러진 꽃들을 보면서 시작하는 하루.

 

 타트라 산군을 떠나는 날.

구불한 길을 따라 보이는 산등성이의

토네이도의 피해를 본 곳을 지난다.

산등성을 오르는 열차를 보다.

보고 싶던 그 산 그렇게 지나쳐 버리고

보첼리의 감미로운 음성으로 “그 바다와 당신”을 들었지.

파두.

아침부터 밀려 오는 애잔한 그리움.

한 떼의 제비 무리를 자유롭게 날고

노래 들으며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졌지.

 

 국경 넘어 폴란드의 크라코프로 향한다.

전쟁의 피해를 벗어난 폴란드 제 2의 도시.

멀리 차창 밖으론 비스와강 주변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언덕 위에 세워진 바벨성.

그리고 사람을 못 살게 굴었던 용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과는 친했던 마법의 용 퍼프를 생각하며 낮게 노래를 불렀지.

 

 비엘리츠카 소금 광산엘 갔었네.

지하 100여 미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구석구석엔

그들이 왔음을 알리는 흔적인 낙서가 있었지.

바닷물이 짠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입에 털어 넣었던 그 바닷물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

광산의 내부 바닥이며 벽이며 천장 전체가 소금덩어리인 것.

소금으로 만든 수많은 조각상.

힘든 광산에서 무사고에 대한 기원의 한 표현이리라.

 

 인자한 서산 삼존마애불의 미소를 떠올렸지.

뱃길로 중국으로 향하는 백제인들에게 서산은

지나는 통로이면서 그들의 안녕을 기원해주는

신앙심의 발로로서의 삼존불.

 

 마지막 지하 연못에서 쇼팽의 “이별”을 들었지.

한 줌 조국의 흙을 가지고 파리로 떠났던 병약한 청년.

파리에서 6살 연상의 조르쥬 상드를 만나

마요르카 섬으로 사랑의 도피여행을 하게 되고

행복했던 그 시절 수많은 영감을 얻어 많은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지.

상드와의 친교가 끝나는 시간.

병약한 쇼팽의 심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지.

오나시스의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목소리 등

모든 것을 잃어 버린 비극의 여인이 된 칼라스처럼

쇼팽도 건강이 악화되며

음악의 샘도 말라 버리게 되었지.

그의 음악에는 시정(詩情)뿐만 아니라 열정도 있었다.

열정이 식어 버린 삶.

얼마나 고단했을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피아노 배틀을 벌이는 장면에서

나오는 쇼팽의 곡들을 다시금 머리 속으로 떠올렸지.

 

 중앙광장.

수많은 사람들.

시장 상가 내에선 호박을 원재료로 한 각종 장신구들을 팔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선 브레이크 댄스팀.

그리고 노래하면서 마리오네뜨를 연기하는 사람.

광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잘 생겼다.

자유분방함.

 

 숙소 가는 길.

중심가를 한참 지나서 도착.

시내를 다시 나오려고 했던 계획을 결국은 포기하고

저녁 먹고 지하층에 있는 바에 들어가

맥주를 청해서 마신다.

5.6도 짜리의 맥주가 시원하니 잘 넘어간다.

 

 맥주 더 시키려고 카운터 쪽으로 가니 한 사내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의 탁자 위에 올려진 것은 “말러” 책.

나도 말러의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라 미지의 사내와 이야기를 한다.

말러의 음악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삶에 관하여.

좋아하는 곡을 묻기에 교향곡 2번 “부활”을 이야기하고

음악을 통하여 서로를 묶여 있음을 안다.

관악이 포효하는 교향곡 2번을 갑자기 듣고 싶어 졌지.

 

 한쪽의 소란스러움.

다른 한 쪽에서는 여종업원이 보는 TV의 소음.

결국은 여급에게 볼륨을 줄여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돌아 오는 대답은 단호하게 'NO'다.

황당함을 잠시 느꼈지만 어찌하랴.

사회주의 영향 탓인지 서비스는 완전 엉망이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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