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습관처럼 일어나 쉔 부른 궁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궁전의 아침.
아침 나절의 선선함.
부지런한 정원사들 일찍 몸을 움직이고 있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어제 오르지 못했던 저 멀리 보이는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아침 비인의 모습.
비스듬히 떨어지는 아침 태양빛 속으로 다가 오고.
음악가의 무덤을 갔었네.
비석과 동상만이 남아 있는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브람스,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베토벤이 함께 누워 있었지.
브람스. 고뇌의 표정.
우수에 젖은 중년 남자의 모습.
13세부터 가계를 돕기 위해 함부르크 항구의 술집 등으로
연주하러 다니던 어린 브람스.
스승인 슈만에 대한 끝없는 존경.
클라라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안은 채 그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던 그의 고뇌.
엄숙함. 무거움. 깊음.
교향곡 1번 4악장의 울려 퍼지는 혼의 소리를 듣노라면
어둠 속에서 밝은 한 줄기의 빛을 보는 것 같았지.
두 젊은이가 하프를 들고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인 묘비의 부조.
요한슈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비인 신년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곡.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국민들이 의기소침해 있을 때
기분을 전환시키고 새로운 용기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작곡된 곡.
서로 껴안고 빙빙도는 그 전과는 다른 춤 방식인 19세기 초 왈츠의 성행.
출렁이는 것 같은 느낌과 주저주저하는 것 같은 기분이 생명인 3/4 박자 춤곡.
시립공원에서 본 멋쟁이 슈트라우스의 모습.
그러나 실제 자신은 왈츠를 추지 못하고 겁이 많아
비인 숲에는 가 본 일이 없다고 했지.
아이러니.
슈베르트.
클림트가 그린 슈베르트를 연상했지.
작은 키. 지독한 근시. 내성적인 지독한 수줍음을 많이 탔던 소심한 사내.
피아노가 없어서 기타로 작곡을 했으며
친구들이 슈베르티아(슈베르트의 밤)를 열면서
그의 음악을 널리 알렸고
결국은 친구들이 죽음까지 몰고 갔었지.
베토벤을 흠모하고 존경했던 음악가.
그의 음악을 듣노라면 방황의 끝이 어디인지를 도통 알 수가 없었지.
“죽음과 소녀” 1악장 떠올리며 볼리 통통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네.
그리고 베토벤의 무덤을 만나다.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그려지고 있는 음악가의 괴팍한 성격.
가정부를 자주 바꾸고 이사를 자주 다녔다고 한다.
귓병의 악화로 인한 격리 생활.
하일리겐슈타인의 유서.
교향곡 6번 “전원”.
이미 청력을 상실한 그가 그려낸 것은 들리는 귀로서 듣는 것이 아니라
들으려 하는 의지에서 담아낸 마음의 소리.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으므로
그에게서 사라져 버린 하나의 세계를
그의 정신세계에서 재창조하였으리라.
고뇌에서 환희로 행하는 주제의 집중성을 통해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고뇌와 의지를 읽는다.
도심 공원 속의 무덤.
아침 햇살 비문 주변을 비추고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곳.
속인들은 그저 왔다갔다는 표시를 하기위해 묘비 앞에서
증명 사진이나 찍으면서
왔다는 흔적을 남기고 위안을 삼을 수 밖에.
다뉴부 강변.
통돼지 갈비구이로 점심을 먹는다.
강변 풍경 한가하다.
물가에서 노니는 아이들.
푸른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숲 속의 도시. 비엔나.
잠결에 국경을 넘었다는 말을 듣고 계속 자다가
깨어나 차창을 바라다 본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본 옥수수 밭과는 다른
해바라기 밭이 빠르게 지나간다.
맑은 하늘과 구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왔네.
도나우강을 경계로 서안의 부다지구와 페스트지구.
역시 강을 경계로 하여 두 지구가 서로 나뉘어 있던 것이
두 도시의 통합을 원한 세체니 백작의 건의로 다리가 가설되어 서로 합쳐진 곳.
다리는 문물들을 실어 날랐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교류를 이어 주었으리라.
집시 악단과 리스트, 바르토크, 코다이 등의 음악가를 떠올렸지.
그리고 영화 “글루미 썬데이” 의 음울한 음악.
거리에서 본 공원의 무궁화 꽃.
점심 식사 중 식당 내 악사의 연주를 듣는다.
헝가리 광시곡, 무곡 그리고 글루미썬데이 음악 등등
그리니칭의 악사보다 연주 실력이 더 뛰어 난 것 같다.
도나우강.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기 위해 유람선에 올랐지.
점점 어두워 져 가는 시내의 풍경을 보면서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지.
스쳐 지나가는 풍광들.
그리고 다가 오는 일상의 모습들.
세체니 다리.
불빛 받은 국회의사당.
야경이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강변 유람선에서 찬찬히 느리게 보지 못하고
사고력은 이미 정지되어
그저 뷰 파인더의 닫힌 시선으로만 야경을 보았네.
감상은 없이 단편으로만 연결되는 야경들.
어떤 것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