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새벽부터 된바람이 분다.

전 번 주 공룡능선 산행 때 능선을 타고 넘어와 온몸을 

뒤흔들던 설악의 바람이 떠오르고

결국은 얆은 오리털파카로 중무장을 하고 삼형제를 맞으러 나간다.

비선산장을 향하는 다리를 넘는 형형색색의 무리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가을빛과 어울워 어지럽게 움직이고 고개를 들어 오늘의 등반대상지를 살핀다.

 

 적벽, 무명봉,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총 12마디의 길.

등반대장-영연-나-영욱의 등반순서와 더블로프 시스템 운용.

오늘은 삼형제를 고이 다 만나리라고 다짐을 하지만

등반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앞선 팀이 등반을 한다.

옆의 채송화향기길에도 대기자만 여러 명이고,

자유2836길은 새벽에 붙었다고 하고 암튼 난장을 방불케하는 분위기다.

 

 조금 기다리다가 앞선 등반팀의 양해를 얻어 등반을 시작한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고 상황이 나빠지면 일단은 적벽에서 하강을 하기로 한다.

아침 햇살을 먼저 받는 봉우리 상단.

아랫쪽의 그늘과 붉게 빛나는 암벽 봉우리가 가을날 아침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오랜만에 하는 오름짓.

암벽화대신 리지화를 신고 등반을 해보지만

개꼬리같은 실력이 어찌 복실복실한 곰꼬리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아래 펼쳐지는 천불동계곡을 내려다 본다.

비선대를 넘어서는 철다리 위로 가을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들의 발걸음은 마찰음이 되어 적벽으로 타고 오르고

내리 부는 바람 속에서 올라온만큼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읽는다.

 

 그리하여 오른 적벽 정상.

아래에서 봤을 때 약간 기울어진 손모양의 맨 위에서

먼저 앞선 팀은 적벽정상 아래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하지 않고

우리들의 나가고자 하는 꿈은 찬 바람도 무시하고 무명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무명봉에서 나는 보았네.

푸른 산빛을 배경으로 한 점이 되어 정상을 향한 오르는 이들의 움직임을.

지난 시절 이곳을 올랐을 때 내가 가졌던 시선보다

부는 바람 속에서 지금의 시선이 더 넓고 다양해지기를 소망했었네.

 

 지리한 길들은 이어지고 마주한 장군봉.

위엄에 눌려 나머지 두 마디를 어찌할까를 생각하다가

산 아래 우리팀들이 기다린다는 연락 받고 하산을 결정한다.

그리고 다시 장군봉을 올려보다.

 

 

 

 해가 드는 적벽 상단부.

노출의 차이가 심해 카메라가 피사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

 

 

 

 

 

 

 

 

 

 

 

 

 

 

 

 

 천불동 계곡을 내려다보며 깊어가는 가을산을 바라보기.

 

 

 

 

 

 

 깊어가는 가을날.

각자의 소망을 안고

오르는 자들은 꿈을 꾼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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