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오랜만에 산에 오르는 자의 시선은 늘상처럼 흐릿했었네.
손가락 몇 번씩이나 헤아리며 산에 간 날을 셈하다가
일상의 게으름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 산.
길은 느릿하게 이어지고
눈길 다사롭게 다가오며 지난 겨울의 시간에게 말을 걸었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다고
주변의 경치를 보느라 발걸음은 더디게만 이어지고
토왕폭 빙벽 등반에 관한 이야기에
그 지긋한 정치를 산에서 지도를 갖고 했었네.
나의 위치는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고
지나온 길 되돌아보며 온 만큼의 행복을 느꼈네.
따스한 인정이 몰려드는 오후의 산길
아름드리의 나무를 지나며 그 따스한 나무의 온기를 받고 싶어졌네.
계관산 넘어 석파령으로 가는 길
지난 날 지리하게만 느껴졌던 마음은 다시금 일고
정직하게 내딛는 발걸음에 위안된 우리의 삶을 생각하다가 날은 이미 어두워졌었네.
산행지: 홍적고개 - 몽덕산 - 가덕산 - 북배산 - 계관산 - 석파령 - 덕두원
산행지도 출처: 진혁진의 백두대간과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