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구테산장 - 하산 - 니데글 - 벨뷔 - 샤모니(하산)

 

 

 

1.

 

 밤사이 히드클리프의 바람이 불었다.

구테산장마저도 들어올릴 것 같은 바람의 움직임에 자다깨다를 반복한다.

새벽이면 산정을 향해 오르는 이의 부산한 준비로 잠에서 깨겠지만

바람 소리만 가득한 새벽녘에 다른 사람의 움직임은 없다.


 계단을 오르는 데 약간의 어지러움증 등을 보였던 전날의 고소의 증세가

하루 밤 지나니 조금 나아지고 몸의 컨디션은 좋은데

아침을 먹고 한참을 봐도 장비를 착용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

날씨에 대한 확인을 하고 산장에서 하루 더 잘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인다.

그러다가 다수의 사람들이 장비 착용하는 것을 보고 나도 준비하면서 보니 모두가 하산길.

내일까지 기다려보고자 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하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속 80KM의 바람이 분다.

앞 선 팀 안자일렌으로 움직이는 데 나는 또 엉거주춤하고 바람이 잦기를 기다려보지만

잦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으으으"  짧은 탄식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며 바람 속 흔들리는

하루를 시작한다.

 내려가는 길에 이어진 쇠와이어줄에 잠금비너를 걸고 낙석이 생기지 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움직이지만 오르지 못한 산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오고

한편 날씨때문이라고 위안을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바람은 계속해서 불고

간간이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산행이 목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도 하고

안자일렌을 하고 오르는 앳된 처자의 가쁜 숨소리를 들으면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각자의 소원을 안고 오르는 산.

구테산장은 점점 더 멀어지고 떼떼루스 산장 주변 전날 함께 버스를 탔던

경남산악연맹팀의 텐트가 보이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팀도 산정에 오르기를 또 기원하고 내려 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 산 어디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데.

 

 하산을 마음 속으로 결정을 했으니 쉽게 잊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은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이유이리라.


 

 

2.

 

 니데글역.

아래로 내려올수록 날은 더워지고

아직도 바람은 간헐적으로 불고 있었다.

 

 하산이후 아쉬움이 남아 에귀 디 미디로 향한다.

전망대에서 구름에 가려진 몽블랑 산정을 보면서

오늘 올랐어도 구름에 가려 정상 조망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 산 그 자리에 있건만 오르지 못 한 산에 대한 아쉬움은 길게 남아 있다.

 

 

<잡설>

 - 몽블랑 등정의 성패는 날씨다.

 - 4,000M 이상의 고산 날씨는 예보도 빗나가는 수가 있으니 수시로 샤모니 앱을 통해 날씨를 확인해야한다.

 

 


 구테산장을 내려오며

 

 

 

 

 하산 중인 앞팀.

아래로 떼떼루스산장이 보인다.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바람 속으로 오르는 다른 팀.

 

 

 

 

 

 

 

 

 

 

 

 

 

 

 

떼떼루스 산장 주변 - 큰 텐트 3-4동이 경남연맹팀

 

 

 

에귀 디 미디 쪽 바라보기

 

 

 

 

 다시 돌아보고 올려보기

 

 

 

 

 

 

벨뷔역

 

 

 

차창을 통해 본 가이앙암장

 

 

 

 

 08.02 날씨 오전 풍속 80KM, 오후 70KM

 

 

 

 

 

 

 하산 후 에귀 디 미디 전망대에서 본 몽블랑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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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알핀로제(샤모니 숙소) - (버스) 우쉬 - (케이블카) 벨뷔 - (산악열차) 니데글 - 구테산장 1박(몽블랑 산행)

 

 

 

 1.

 

 몽블랑 산행을 떠나기로 한 전날 밤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던 아내는 몽블랑을 등정하던 한국인 실종소식을 알린다.

이어 여기저기서 나의 산행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카톡이 온다.

내심 불안한 눈으로 홀로 산행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어

사고가 난 루트(발레 블랑쉬 - 타귈 - 몽블랑)보다는 안전한 곳이라고 얘기를 해 줘도

트레킹에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도 사고의 위험성을 들어 만류를 한다.

사고는 상존하는 것이고 다만 그것에 대한 대비를 하고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네 끼분의 밥과 식량, 밑반찬, 스토브 등을 한 배낭에 넣어 알파인스타일로 운행하기로 한다.


 

 


2.

 

 버스를 타고 보니 알펜로제에서 같이 묵었던 경남연맹팀이 오른다.

꽤나 커보이는 콜핑 등받이가 있는 배낭에 복장을 미리 착용하고 있어 여름날 더 덥게만 보인다.

오늘은 떼떼루스산장까지만 가서 며칠간 야영하면서 고소적응하고 날씨를 보면서 몽블랑 정상등정과 관련된 팀 계획을 알린다.


 벨뷔에서 탄 산악열차는 500여 미터의 가파른 산허리 길을 느릿하게 올라 몽블랑 산행의 출발점인 니데글에 도착한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내리는 사람들.

그 중에는 배낭에 픽켈을 옆에 꽂고 알프스 산행을 꿈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을 한다.

니데글서 오늘 오르려고 하는 구테산장까지의 표고차는 1,445M.

고소예방을 위해 하루에  1,000M 이상 올리지 말아야 하는데 내심 걱정이다.

니데글역에서 머리를 들어 저 산꼭대기를 보니 가야할 구테산장이 검은 점으로 아득하니 보인다.

그려 길이 있으니 가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하산하는 사람들 중 우리나라 청년 두 사람을 만나 몽블랑 등정을 위해 새벽녘에 출발을 했지만

날씨가 나빠서 몽블랑 정상 아래에 위치한 발로무인대피소에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다가 후퇴하였다고 하며

지금의 날씨라면 정상 등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오르는 나의 입장에서는 내일의 날씨가 정상 등정의 관건이기에 마음 속으로 몽블랑의 여신에게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원한다. 

 

 

 

 


 

3.

 

 빙하지대를 지나며 흐르는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다.

떼떼루스 산장(3,167M) 주변 바람을 피해 돌담을 쌓고 야영을 위해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과

돌담의 빈 자리가 듬성듬성하니 고산지대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무인산장이 있는 이곳 떼떼루스에서 운행을 멈추고

저 멀리 산 정상에 위치한 구테산장은 아득하게 멀리 보인다.

한기를 느껴서 두꺼운 옷으로 갈아 입고 앞선 등산객은 보이지 않아 야영객에게 산장으로 오르는 길을 묻는다.


 경사면의 눈길을 홀로 오른다.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고 고소에 대한 걱정으로 갖고 온 물을 조금씩 마신다.

그리고 자신에게 홀로 산행의 의미를 애써 묻지만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위무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공포의 낙석지대가 눈 앞에 나타난다. 

2년 전 기후 온난화로 인하여 이 지역이 낙석이 자주 발생하여 사망 등의 여러 사고가 발생하여

여름 한 때 구테루트가 폐쇄되었다가 나중에 개방하여 늦게까지 원정에 참여했던 후배 세 명은 몽블랑 정상까지 올랐다.

낙석지대 앞에서 숨 고르기 몇 번하다가 냅다 가로지르며 살기위해 뛴다.

가쁜 숨 고르며 살아있음에 감사를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암벽의 너덜지대를 오른다.


 오후나절부터 바람의 세기가 강해졌다.

오르다가 몇 번의 쉼 후 구테산장 바로 밑에 도착하여 크렘펀을 착용하고 눈이 덮인 길을 오른다.

바람불어 몸은 휘청거리고 안내표지를 보니 바람 등이 불 때 자일을 통과시키라고 하고

안자일렌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혼자 온 나로서는 산장을 앞에 두고 불어오는 바람 속

휘청거리며 발걸음을 옮겨 구테산장에 도착한다. (니데글서 5시간 조금 넘게 올라 왔으니 빠르구먼. 솔로는 이런게 좋은 점.)


 휴, 또 살았다.

소사의 노래 "삶에의 감사"를 내려가면 다시 듣고 착하게 살아야겠다.


 

 


 <잡설>

 - 구테산장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는 것이 어렵다. (영어, 불어 혼재, 신용카드를 통한 결재 등 문제)

 - 혼자인 나는 한 자리 정도는 있겠지 생각을 하며 올랐다.

 - 구테산장 1박(식사 불포함)이 87.5 유로.

 - 배낭은 40리터 하나만 준비해서 짐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매식도 고려)

 - 설상 등산을 위해 동계장비(크렘펀, 스틱, 픽켈, 헬멧, 안전벨트, 동계복장 등)를 미리 준비해야하며 장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사전 연습(훈련)이 필요하다.

 - 하산 후 니데글역 옆으로 위치한 비오나세 빙하지대 관람도 좋다.

 - 몽블랑 등정은 날씨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날씨 좋아질 때까지 산장에서 하루이틀 정도 기다리는 것도 정상 등정의 한 방법이다.

 

 

 

벨뷔역(1,794M) 안내판

 

 

 

 

 

 

 

벨뷔역(1,794M)에서 니데글행 산악열차를 기다리며

 

 

 

 

종착지이자 몽블랑 산행 출발 기점인 니데글역(2,372M)

 

 

 

 

 

 니데글역 조금 지나 산장을 알리는 표지석.

음, 오늘은 1,445M를 하루만에 올려야 하는데 고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떼떼루스 산장 가기 전 빙하지대

 

 

 

 

올라온 길 뒤돌아 보기

 

 

 

 

 이제 눈 높이로 보이는 구테산장(3,835M)

 

 

 

 

 구테산장 도착(16시 02분)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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