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40107 고락셉 - 칼라파타르 - 고락셉 - 로부체 - 딩보체 131228_140110 쿰부히말라야(EBC, 칼라파타르) 트레킹 # 10

바람동자 2014. 1. 29. 17:58

 

 <일정>  (06:10) 고락셉 - 칼라파타르 - (10:15) 고락셉 - 로부체 - (15:37) 딩보체 

 

 

 

 

 칼라파타르에 오르기 위해 이른 아침나절에 일어난다.

다들 새벽녘의 돌풍 소리를 못 들었냐고 묻는다. 

고락셉의 숙소는 그 아래에 위치한 로부체보다는 방풍 등 여러 면에서 낫기 때문에 로부체보다는

훨씬 포근한 느낌이 들었고 전날의 9시간에 걸친 산행으로 몸이 피곤해 있어 깊은 잠에 들어 세찬 바람 소리를 못 들은 것같다.

 

 다시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날.

이른 아침부터 바람은 불고 손끝의 감각은 둔해지고 숨은 헐떡이며 어제의 기억으로 다시금 살아난다.

바람부는 칼라파타르 정상에 서서 서둘러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주변의 경관을 살핀다.

아침 햇살에 흰 빛으로 가깝게 다가서는 푸모리

그리고 에베레스트 남봉으로 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진다.

 

 내려가는 길.

오늘은 이틀에 걸쳐  오른 길을 하루만에 내려가는 길.

골짜기를 통해 부는 바람은 매섭기만 하고 찬 바람때문인지 머리는 지근거린다.

이어지는 바람.

머리를 들어 보니 촐라체가 보이고

두글라 패쓰 정상에 늘어선 추모비를 보면서 다시 숙연한 마음을 지닌다.

 

 카메라의 무게 때문에 결국은 목에 거는 것을 포기하고 배낭에 넣는다.

가볍게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할 텐데 사진에 대한 욕심으로 줌렌즈에 광각렌즈까지 넣고 다니니

운행 중 목으로 내리누르는 무게로 고생을 한다.

결국은 가벼운 똑딱이를 주머니에 넣었지만 이것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하여 불안하다.

 

 칼라파타르(5,550M)에서 딩보체(4,410M)에 이르는 1,100 여 미터의 하산 길.

어제까지 힘들게 올라갔던 길을 이제는 다시 내려가야 하는 시간.

구름 가득한 하늘과 세찬 바람이 길라잡이을 하고

올라 가면서 못 본 것을 내려가면서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지만

진행 방향으로 타고 오르는 바람 덕분에 시선은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단지 촐라체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며 등반에 대한 욕심을 꿈꾸지만

설사면의 날카로움이 기선을 제압한다.

 

 다시 보이는 설산.

산은 저마다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기억되는 것은 8,0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와 몇몇의 알려진 산들뿐.

좌우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설산을 보며 그 산들은 그냥 수많은 이름 없는 산으로 인식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산들을 보아서일까.

 

 다시 찾은 딩보체 숙소.

내려가는 일정은 사흘.

내일은 오르막이 두 군데.

남체까지의 일정이 길게만 느껴지고 숙소에 들어와 돌담벼락에 침낭과 신발을 말린다.

옷에 켜켜이 배인 먼지를 털어 내려고 하지만 털어도 털어도 묵은 먼지는 계속해서 나온다.

 

 저녁 식사 후 난로가에 앉아서 더러는 졸고 침묵만이 맴도는 가운데 오랜만에 다시 듣는 음악.

브람스 교향곡 1번의 4악장.

호른 소리가 히말라야 산정에서 느꼈던 엄숙함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정신은 고양이 되고 음악은 밤의 정적을 타고 오른다.

지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산행 때 푼힐전망대를 오르며 들었던 말러 교향곡 2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이번 산행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인 칼라파타르에 올라 검게 보이는 에베레스트 남봉을 보면서 내 자신이 본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높이의 지향이 아닌 정신의 폭이 확산이 되야할텐데

그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자기위안을 삼고 그 산은 사진 속 자신의 뒷배경으로만 존재한다.

푸른 하늘에 구름 걸린 흰 산들이 주욱하니 이어지는 산정에서의 풍경을 떠올리며

감흥을 잃어버린 자의 서글픔은 밤의 적막 속으로 이어지고

MP3 플레이어는 전원이 다 되감을 껌벅거리며 나타내며 밤의 시간은 느릿하게 흐른다.

 

 

 

 똑딱이

 칼라파타르(5,550M)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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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체(4,270M)

 

 

 

 

 

 

 

 

 

 DSLR

 칼라파타르(5,550M)와 그 뒷편에 위치한 푸모리(7,165M)

 

 아침 풍경

 

 

 에베레스트 남봉을 배경으로(사진 수전)

 

 푸모리를 배경으로(사진 수전)

 

 

 푸모리를 배경으로 단체 촬영(사진 수전)

 

 에베레스트 남벽을 를 배경으로 단체 촬영(사진 수전)

 

 푸모리(7,165M)

 

 아마다블람(6,814M)

 

 

 에베레스트 남봉

 

 

 

 뒤돌아 보기 - 칼라파타르, 푸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