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31103 설악산 미륵장군봉 타이탄길을 오르며
바람동자
2013. 12. 2. 11:03
늦가을의 산은 언제나 고즈넉하다.
산길 위로 주욱하니 떨어져 있는 가을 날의 흔적들.
무성한 산죽 사이로 길을 헤져나갔던 지난 날의 기억은
산죽이 보이지 않음으로 저 깊숙한 곳으로 감추어져 있고
아직 남아 있는 나뭇잎을 보면서 다가오는 계절을 생각한다.
계곡에 서서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며 올려다본 미륵장군봉.
옛 기억은 흐릿해져가고 눈마저 침침해지는 날 다시 이곳에 선다.
신화 속의 티탄족의 몰락을 생각하다가
3피치를 오르면서 옛날에 올랐던 길이라는 것을 늦게사 깨닫는다.
왼편과 오른 편에서 오르는 우리 팀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신선벽이 옆으로 마주하고 아랫 쪽 계곡으론
붉게 물든 단풍이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고
운무에 가린 가리산군이 우리를 굽어 본다.
몇 번의 오름 후 마지막 피치.
오후의 시간은 훌쩍 넘어서고 다시금 바라보는 주변 산자락의 풍경.
오늘은 무엇을 보았을까를 스스로에게 묻고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터벅이면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산길을 내려온다.
기록 - 똑딱이 카메라 RX100 (더러 토이카메라 표준, 따뜻하게, 일러스트레이션 등 효과냄)
그리고 그 산이 거기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