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025 가을애 # 2
# 1
오후 시간.
해가 지는 것을 보기 위해 뒷산에 오른다.
아랫녘은 그나마 울긋불긋한 가을의 색을 띠고 있지만
오를수록 계절의 끝자락에서 느낄 수 있는 황량함이 밀려온다.
무수히 떨어져버린 떡갈나무 잎을 밟으며
고즈넉하게 걷는 오후의 산길.
정상에 오를 무렵 붉은 해는 산너머로 넘어가고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의 보드러운 감촉을 기억하며
길게 드리워진 산 그림자를 바라본다.
나무 끝에 걸린 어둠은
자신의 시간이 되었음을 알고 스멀거리며 내려오고
흐릿한 불빛에 의지하여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는 가을 날 .
- 금학산에서
# 2
아침 먹거리 뜯으러 나갔다가 시퍼렇게 얼어버린 상추를 보고 작은 혼돈에 빠진다.
다른 곳의 너른 뜰은 그 전에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을 남을 통해 들었지만
가을의 깊은 시간은 이젠 내가 사는 곳까지 내려와 몸을 움추리게 만든다.
기상청의 예보는 올 초겨울부터 쌀쌀할 것이라고 알리고
성급한 아이들은 이미 오리털 파카를 입고 창가에서 꾸벅대며 존다.
영하의 날씨인 오늘 아침 긴 옷 짧은 옷에 대해 잠시 고민하다가
평상시처럼 반팔을 입고 집을 나선다.
아침의 한기는 피부로 스며들며 둔한 감각을 일으킨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
온 몸이 울림통인 그녀의 열정적인 노래는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이어지고
이 울림을 느끼고자 그녀는 지금도 맨발로 노래를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다가서기 위해
그리고 그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느끼기 위해
혹은 내려쬐는 햇살의 풍성함을 누리기 위해
반팔 셔츠를 아직도 입고 다니는 자신의 우둔한 변명.
여름 나절의 한 마리의 베짱이가 가을을 노래할 수는 없지만
가을 시간의 흐름 속에 가까이 가서 온 몸으로 느끼고
풀벌레의 울음소리로 노래하고 싶은 시월 하순의 날.
아침나절 나는 무서리를 보며 서서히 몸을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