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31013 단상 - 설악산 미륵장군봉 체 게레바길을 바라보며

바람동자 2013. 10. 22. 16:05

 

 신선벽 여름나기길을 오르며 나는 보았네.

미륵장군봉에 다닥하니 붙은 등반자들을.

등반을 온 다른 팀들은 다들 멀티 피치의 미륵장군봉 길을 오르는데

우리들은 신선벽에 붙어서 하드프리를 하는구나.

 

 오후 나절부터 바람은 슬금거리며 움직이고

차가워지는 몸을 통해 바위를 만질 날도 얼마남지 않음을 느낀다.

저멀리 시선을 옮겨 바라본 가리산 자락이 짙은 녹색으로 다가오고

단풍으로 치장된 계곡을 내려다 보다가

등반의 동선을 따라 다시 올려본 체 게레바길.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김수영은 그의 시에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체 게레바가 걸었던 고독의 길을 나름 생각을 해본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체 1, 2부>를 통해서

얼핏 보았던 혁명가의 고독한 삶이 늦은 오후 산자락에 걸린다.

 

 이리저리로 이어진 길을 보면서

내가 디디고 선 길만이 그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지난 날 체 게레바길을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지 않은 길에 눈길을 돌린다.

 

 

 

 환영길

 

 여름나기길

 

 

 

하얀 마음길

 

 

 

 

 

미륵장군봉(다른 팀)

 

 

체 게레바길팀 마지막 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