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3100506 가을날 설악산에서 단상 # 2

바람동자 2013. 10. 22. 09:01

<산행기록>

공룡능선 신선대 - 희운각 - 중청 소청 갈림길 - 소청 - 봉정암 - 구곡담계곡 - 수렴동계곡- 백담사 - 매표소

 

 이른 아침 공룡능선 신선대엔 운무를 찍기 위해 여러 명의 사진사들이 모여 들었다.

급기야는 화각 때문에 앞에 있는 다른 사진사가 눈에 거슬려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그 사람은 응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위치를 요구한 사진사가

육두문자를 쓰며 악을 쓴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전투를 좋아하는 전쟁공화국에서의 일상의 삶을 본다.

양보가 손해라는 인식아래 남에 대한 폐끼침, 배려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우리들.

지고지순한 선은 없고 상황에 따라 선의 양상은 바뀌고

어른의 이러한 모습은 모방지향의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의미를 갖지 못하고

오히려 달력의 풍경화 사진으로서의 가치를 넘어서지 못한다.

풍경 좋은 곳을 따라 다니며 의미 없는 사진찍기 보다는

대상에 대해 관찰하고 인식하며

가까이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사랑하면 보이게 되고 그 보임은 전과 다른 것이라고

옛 선현이 말씀하셨듯이 대상의 진면목을 찾기 위해

몸을 숙이고 더 가까이 할 일이다.

 

 

능선의 아침 - 신선대에서 본 용아장성

 

 

 

 붉게 물들어 가는 산을 보며 지난 봄날을 그리워한다.

봄의 산색과 가을의 빛은 그렇게 맞닿아 이어지고

바라보는 시선은 지난 기억으로 따스하다.

 

 

 

범봉의 아침

 

 

 

중청을 오르며

 

 

 중청으로 오르며 나는 보았네.

수중공주(樹中公主- 정비석 표현)인 자작나무가 무리지어 있음을.

이미 떨어져 버린 앙상한 나뭇가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가려졌던 자신의 은빛을 여기저기서 드러내고 있다.

 

 

 가을 날 몇 번의 산행으로 가을 산의 모습을 보았을까.

그것보다는 어린아이가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을 갖듯이

대상에 대해 조금 더 접근해 보려는 가을 날의 몸짓.

그리하여 쉰내만 폴폴 날리지 않고

몸에서 가을 냄새가 조금씩 나야할텐데

대상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 볼 일.

 

 

 사진을 보면서

그 때 가졌던 생각들이 오롯이 떠오를 수만 있다면.

 

 

소청산장에서 본 용아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