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130930 9월을 보내며

바람동자 2013. 10. 8. 16:16

# 159

 

 스마트폰 사용이 두 달 조금 넘은 지금.

삶의 편리성이 집중력을 해치고

흐린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며 경거망동한 행동을 하게 한다.

전달된 이미지는 내면의 사고 과정 없이

즉물적으로 반향될 뿐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충족감이 정신적인 행복까지

아우를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을 재확인하고

결국 오늘 아침부터 전화기 뒤집어 놓는다.

 

 계절의 바뀜을 풀벌레의 울음 소리를 통해 듣는다.

향랑각시 바삐 발놀림을 하며 그늘진 곳으로 움직이는 아침

이전의 단순한 삶이 그립다.

 

 

# 160

 

 아침 추어탕을 먹다가

탕의 재료 전부 가 이 지역에서 난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감흥과 감동이 잦아진 일상의 삶 속에서

상상력마저 사라진다면

몸은 한낱 육신을 둘러싼 가죽 껍데기에 불과한 것.

 

 다가오는 가을.

머리 숙여 주변의 사물들을 찬찬히 바라볼 일.

바라보는 시선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지난 글을 읽으며 둔해져 가는 감성을 탓한다.

 

 늦은 밤 마가목주를 마시며

귓가에서 들리는 그해 여름 바람소리.

 

 마침 FM에선 "가을의 전설 OST"가 흘러나오고

부드러운 빛으로 가득 찼던 가을의 풍광이 눈앞에 그려진다.

아름다움으로 인해 짧은 시간.

이 아침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곱씹는다.

 

 

# 161

 

 아침 머리를 감다가 세면기 위로

듬성듬성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계절의 순환을 느낀다.

짐승들은 겨울 나기 위해 가는 털이 나는데(추호-秋毫)

이제는 계절이 바뀌어 감을 머리 털 빠지는 것으로 느낀다.

속 머리 휑한 머리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앎과 행동도 이렇게 속알머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춘천마라톤이 한 달 남은 시점.

불안함을 감지한 생각은 이른 아침부터 몸을 일으킨다.

전 번 마라톤 뛰고 20여 일 만에 다시 시작하는 뜀뛰기.

산행체력 검정용의 본 취지와는 무관하게 주객이 엉킨다.

 

 어둠 속 부딪치는 이른 아침의 한기는 손끝을 타고 오르고

가을걷이 이후 분주한 미곡건조장은 불야성으로

더운 열기를 토해 내며 농촌의 밤을 지키고 있다.

추수가 끝난 텅빈 들녘을 지나며 헛헛한 마음을 지니다가

물안개 피어 오르는 저수지로 발을 옮긴다.

개망초 하얗게 핀 풀섶사이로 헤치며 나가자

발 끝으로 전해지는 아침 이슬의 찬 기운

인기척에 놀란 오리들 퍼덕이며

저 멀리 붉게 동 트는 산으로 날아 오른다.

이어 동네 개들 무더기로 짖어대고

머리 위로 계속해서 끼룩거리며

무리를 지어 가는 쇠기러기 행렬을 보면서

이렇게 가까이 찾아온 계절에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