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30122 원주 판대인공빙벽장에서 # 8회차 - 현범에게

바람동자 2013. 1. 28. 20:43

 설악 토왕골로 가기로 한 날이 앞으로 다가올수록 마음은 뛰었지.

그런데 많은 눈이 내려 입산마저 통제되어 오르던 기대감은 허탈감을 이기지 못했네.

다음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위로하려 하지만

짧게만 남아 있는 겨울의 시간때문에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

 

 하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판대 인공빙장.

다른 곳에로의 여행을 계획했던 나도 참가를 했지.

 

 눈 내린 뒤 날씨는 푹하니 풀려 얼어 붙은 강바닥 위로는 물이 고이고

조심스레 건너가면서 우리가 오를 곳인 100M 벽을 쳐다 보았지.

중앙 쪽으론 현범이 리딩하고 오른쪽으론 순봉.

함께 오르는 빙벽.

등반은 함께하는 행위이라는 순박한 사실을 다시금 느꼈네.

판소리에서 광대와 고수가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며 추임새 혹은 창으로서 서로를 격려하듯이

함께함으로 아름답다는 단순한 진리를 인식했네.

젊은 사람의 열정과 기술은 나이든 자의 경험과 노회함을 일시적으로 넘을 수 있을지 몰라도

등반은 빼어난 기술만 가지고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 것.

시행착오의 경험은 기술 위주의 단색의 삶을 다양한 색으로 채색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오른만큼 양양하지 말고 더 멀리 보고 겸손하게 생각하며 살기.

 

 장비에 대한 믿음.

물신숭배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겠지.

인수봉 암벽길을 미제 군화로 오르던 앞선 선배들의 열정.

야생성과 열정이 사라진 물신숭배의 시대에 불편함으로 혹은 믿음의 부족으로 가차없이 버려지는 지난 것들.

하지만 마음마저 흔들린다면.

 

 가쁜 숨 몰아쉬며 힘들게 오른 벽.

높이의 문제를 떠나 마음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기.

수 많은 산의 일부였고 그 산이 오름을 허락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오를 때의 진력을 다한 것처럼 일상에서도 열심히 살겠다고

그리하여 깊은 숨 들이쉬고 숲의 내음을 맡으며 먼 산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