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30112 판대 인공빙장에서 # 6회차
바람동자
2013. 1. 21. 21:00
지리산에서 돌아 온 전날.
한 잔의 술에 지난 산행의 이야기를 털어 넣는다.
지긋한 추위 얘기와 그리하여 우찌 바라본 천왕봉의 일출과 그 감흥들.
다시 길 위에 섰었네.
가고자 하는 길들 언제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먹었던 생각만큼이나 보이는 눈 앞의 길들이 놓여 있었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뒤척이는 지난 밤의 숙취.
그리하여 안녕하지 못한 당신의 몸은
언제고 때를 얻어 길고 긴 닻을 내려 정착할 수 있을런지.
무지와 만용의 무지렁이가 되어 오르는 100M 빙폭.
길은 보이지 않고 가쁘게 숨만 내쉬고 있었지.
오르면서 나는 보았네.
얼마만큼 높이 올랐는가를 곁눈질하면서 후들거리는 팔을.
오르다가 팔에 펌핑이 와서 추락하기를 여러 차례
지리하게 늘어졌다가 몇 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다시 추락.
가쁜 숨 몰아 쉬며 생각했었네.
오르는 것이 팔이 아니라 튼실한 내 두 다리로
버티고 일어서서 그리하여 움직이는 것임을.
언제나 늦게 찾아 오는 깨달음.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지.
그렇게 고생하면서 오른 판대 인공빙장 100M 벽.
언제나 인것처럼 사람 사이의 살아가는 것이 뜨뜻한 정이라는 걸 느꼈네.
달랑 초코파이의 글자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산악인의 정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날
눈 앞에 보였던 길들 혼미해졌었네.
100M 폭 오르기
2P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