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30102 금학산에서

바람동자 2013. 1. 5. 19:22

 시무식 겸해서 동료들과 모여 떡국을 먹는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구분되지 않고 이어지거늘 

늘상의 인식으로 우리는 나누고 또 의미를 덧보탠다.

   

 추운 날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문득 눈 덮인 산을 오르기로 마음을 잡는다. 

코스는 마애불로해서 금학산정 그리고 매바위 방향으로 하산. 

 

 바람 간간이 불고 이내 움츠러드는 몸. 

스스로에게 위안의 말을 던지지만  

벌판 너머로 북쪽에서 부는 바람은 매섭기만하다.   

콧물은 줄줄 흐르고 눈물 앞을 가리고 

눈보라까지 일어 흐릿하게 보이는 눈길을 터벅이며 걷는다. 

마애불에서 눈으로 가사를 삼으신 부처님을 친견하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다시 오르며 뒤돌아 서서 따르는 내 발자국만을 본다. 

북사면으로 부는 바람에 손끝의 감각은 둔해지고 

이런 날엔 핫팩이라도 하나 가져왔어야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우둔함을 자책한다.

   

 길은 바람에 날려 보이지 않고 

추운 날씨에 언손 호주머니에 찌른 채 어그적거리며 오르는 겨울산. 

내가 원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던가를 생각하다가 

문득 자신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생각한다.

 

  오르며 그보다 더했던 추위를 생각하고 

생각을 누그러뜨리려고 해보지만 

마음은 눈 알갱이처럼 여기저기로 흩날린다.

 

  길게 늘어진 오후의 햇살을 볼 수 있는 산정.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흰색의 옷으로 단장을 하고 

그 색이 눈 부시다고 느낄 때 

왼손의 검지손가락 풀리면서 찌릿하니 피가 도는 신호를 보낸다. 

삶이란 이렇게 반복되고 순환되는 것. 

겨울 금학산에서 맛보는 매운 추위.

 

  121213  마애불

 

 

 

 

130102  마애불

 

 오후 금학산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