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21230 원주 판대인공빙벽장에서 # 3회차
바람동자
2013. 1. 5. 19:06
전날 창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았지요.
설산에 대한 꿈을 꾸는 날.
마음은 이미 백색의 세계에 갇혀 버렸어요.
흰 눈을 조금씩 안은 소나무 가지들은
아침의 빛을 받아 지친 나무등걸을 조금씩 내려 놓고
황량한 겨울 속의 풍경을 제시했어요.
멀리 보이는 도시는 흰색 빛으로 아련하게 다가오고
빙장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기대감으로 설레였지요.
새 신발에 바일에 크렘펀으로 중무장한 날.
판대의 빙벽은 아득하니 높이 솟아 보이고
오르고자하는 마음 다잡아 오르는 날.
그늘진 곳에 서서 등반자의 열정을 읽었어요.
강둑으로 타고 흐르는 바람을 맞으며
매바위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고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위를 했지요.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와 떨어지는 얼음의 조각들.
얼어 붙은 강바닥을 쩡쩡거리며 울게하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올랐어요.
2012년 한 해도 며칠을 남겨 놓지 않은 날.
오르는 자를 응망하면서 위로의 높이를 지향하는 등반을 생각하다가
이제는 주변도 찬찬히 돌아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지요.
- 판대아이스파크 개장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