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02 뜀뛰기 - 괴로움 (호반 마라톤)
운동장엔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참가자들이 앞에 있는 치어 언니들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고 있었지요. 에궁, 우짜나. 하늘은 햇살이 짜잔하니 나오고. 제길, 썬크림도 안 발랐는데, 오늘 일진 버렸다 생각을 하는데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났지요. 88공원 앞 언덕을 오르다 보니 3시간 짜리 페이스메이커가 있어보니 아는 선배네요. 전번 철원대회서도 뵌 분이고 해서리 인사 드리고 에라잇, 오늘은 페스메이커 따라서 3시간내로 들어오자 하면서 마음을 먹었지요.
의암호수 부변 피암터널 지나면서 함성 한 번 지르고, 저 건너편을 보니 앞 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지요. 호수면은 역시나 흙탕물이었고, 햇볕은 쨍쨍 거리고 슬금슬금 땀은 났지요. 10키로 지나고 보니 55분. 흐음, 시간 생각을 하다가 보니 몸이 지 분수도 모르고 앞으로 나갑디다. 에라이 나도 몰러하면서 나갑니다. 마음 속으론 2주 내내 숨쉬기 운동 밖에 한 것이 없는데라는 생각에 일말의 불안이 앞섰지요.
서상초등학교 언덕길
헉헉거리면서 올라가고, 인형극장 지나고 고슴도치섬 다리 건너 좌회전하여 신동 삼거리쪽 20키로 지점을 가면서 앞 서 턴한 사람들의 얼굴들을 유심히 보았지요. 즐거움에 가득 차서 웃는 사람 하나 없습디다. 그래 이렇게 괴로운 걸 뭐하러 하냐라는 생각도 들고, 딸아이가 어디서 들었는지 일찍 늙는다고 못하게 하던 말들이 막 생각이 났지요. 그래도 나는 아는 사람 보면 얼굴엔 미소와 손 한 번 흔들어 주면서 최대한 인자한 척 했지요.
신동삼거리 20키로 턴 할 때까진 좋았지요. 23키로 지점부터 슬슬 신호가 옵니다. 다리에 쥐가 날 것 같다는 생각, 최근에 이렇게 많이 뛴 적이 없었다는 생각,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간 운동을 안 했다는 생각에 이르니 발걸음이 스르르 무거워집니다. 길가에서 걸어가는 사람들도 몇몇 보이고, 그래 나도 좀 걸어나 볼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디 누군가 뒤에서 아는 체를 하네요. 보니 같은 산악회 후배. 뒤에서 보니 30대 같다나 뭐 어쩠데나 하면서 주절거리고 추겨주면서 같이 뜁니다. 소양강 다리를 거너서 나머지 5키로 지점을 통과했지요. 이제는 왼쪽 가슴에서 고통의 신호를 보냅니다. 오잉, 왼쪽 가슴의 통증은 없었는디 이거이 하는 일말의 불안과 자신 없어짐이 한꺼번에 몰려 왔지요. 그래서 후배보고 먼저 가라하고. 에공, 완죤 챙피 다 당했지요. 전 번날 월례회 모임 있었을 땐 난 말톤 핑계 대면서 술 한 잔 안먹었는데, 3년 후배인 이 친구는 열심히 먹으면서 나도 30키로 뛴다고 얘길했었지요. 그간 운동을 한 건 장사 끝난 후 시합 사흘 전 사대부고 운동장에 와서 트랙 20바퀴 정도 돌은 것이 전부라네요.(그래서 산엘 열심히 다녀야 합니다. 산 열심히 다니니 폴폴폴대면서 가뿐히 뜁디다.) 아흐흐, 창피해라. 그러나 어쩔거나요. 몸에선 신호를 보내고, 그래서 걸을까 생각을 하다보니 속도를 조금 더 늦춰서 뛰기로 했지요. 다행이 통증이 심화되지 않아서 ,설설설 기면서 종합운동장에 들어 왔지요. 트랙 중간 돌다보니 같은 학교에 우리 동기 여선생이 20키로 뛰고 걸으면서 결승점 가고 있습디다. 그래서 심 내시라 한 마디하고 골인했지요.
옆에선 하이트 맥주 시음을 한다고 해서 거푸 2잔 받아 먹고, 기념품에 메달 받고 같이 참가 했던 사람들 전화를 하니 연결이 되지를 않았지요. 그래서 혼자 터벅이면서 우리 동네 멍탕집에 가서 멍탕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시켜 놓고 "에공, 죄 없는 몸뚱이야 수고를 했다." 하면서 자축의 잔을 올렸지요.
어제의 뜀뛰기를 통해서 얻어진 결론 하나, 세상에 날로 먹을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요. 2주동안 그나마 산이라도 다녔기에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는 생각을 가졌고 이제 3주 후 조일마라톤 풀코스가 앞에 기다리고 있기에 다시금 밀렸던 뜀박질하면서 호흡조절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