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22 공룡능선에서
<시간 기록>
(09:00) 설악동 - (11:00) 양폭 대피소 - (11:49) 갈림길 - (14:00) 1275봉 - (15:30) 마등령 - (18:00) 설악동 총 9시간.
아침 나절 가까스로 속초행 버스를 탄다.
다시금 보고 싶어지는 설악의 모습을 그리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MP3에서 나오는 음악 들으며 아침 잠을 청한다.
동명항 주변.
빛을 받은 바다는 물결 출렁이고 어디론가를 향하는 어선은 아침나절 분주하다.
설악동행 버스를 기다리며 주섬거리고 짐을 다시 싼다.
오늘은 광각렌즈 하나만 가져와서 이미 머릿 속으론 설악의 풍경을 이리 저리 자르면서 즐거움에 젖는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
설악동 너른 마당이 중국인 거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다가
전 번 산행했던 토왕골쪽을 바라다본다.
바람 소리와 어울워 물소리 귀에 익고
산의 공기에 심호흡 크게 하는 날.
산이 함께 있어 더더욱 즐거운 날이라는 생각에 발길은 총총 가볍다.
그리하여 게곡따라 오르는 길.
물소리 시린 날 다가오는 계절과 변해가는 산의 모습을 주의깊게 살핀다.
이 곳에 올 때마다 사진을 찍는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서서
달라진 것들은 없는가를 살피고
가을로 향하는 시간에 여름의 흔적을 털고 자신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묻는다.
계곡 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물.
이젠 바쁠 것 없는 느릿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귀면암 오르기 전에 본 뱀.
길 중간을 슬금거리며 기어간다.
설악에서 뱀을 본 것이 정말 오랜만이고 이런 땐 복권이라도 사야하지 않을까라는 속물의 생각을 갖는다.
무너미 고개 된비알을 넘어서
다시 공룡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선다.
길은 과거로 이어졌다가 다시 지금으로 교차하면서
길 가는 자의 생각을 어지럽히고
그 기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
스스로 머리를 흔들며 부정해 보지만
언제나 떠오르는 것은 지난 기억들.
과거의 기억은 스멀거리며 올라오고 그리하여 다시 선 신선대.
정직한 몸은 지난 일들을 떠올리고 그 기억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고 웃음을 짓는다.
운무가 덮여서 전체를 못 본다고 해도 상관 없는 것.
바람 속에서 몸을 휘감으면서 심호흡 크게하며 바라보는 산.
이렇게 아름다운 날들이 지속되기를 빌어 본다.
가을 붉은 빛이 군데군데 보이고
변해 버릴 이 산을 나름 머릿 속으로 그리면서 내려 오는 길.
아쉬움 속에 다시 돌아 보는 산.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