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60828 고향가는 길 - 단상

바람동자 2008. 6. 18. 15:52

 1년에 한 번씩하는 형제 계 모임이 올해는 아버님의 고향에서 한단다. 혼자서 차를 끌고 장시간 운전한다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영동고속도로 문막 - 여주 구간은 혼잡한 관계로 국도로 차는 우회한다.
 여주. 대학시절 한글날 연례 행사처럼 갔던 세종대왕릉.
신륵사 강변의 반짝였던 모래들.
명성왕후길을 조금 지나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옛날 여학교에 있을 때 축제에 학생들이 바우덕이의 생애에 관한 것을 연극화했었고, 그것을 본 여학생들이 그녀의 삶이 기구하여 눈물을 흘렸었지.
일기예보가 조금씩 맞아 드는 것일까.
날은 흐리고 급기야는 차창으로 비는 내리고 밀려오는 잠.
 눈을 뜨니 광주 톨게이트.
저 멀리 광주의 야경이 눈에 서서히 들어온다.
작은 아버님댁이 조선대 근처여서 밤새 지나가는 아이들 소리때문에 잠을 뒤척이다가 소낙비 소리를 들었다. 새벽 3시 반이후 비는 줄창으로 퍼붓고 대신 아이들은 다 떠나가고 적막. 그제서야 조금 눈을 붙인다.

 아버님 고향 장평가는 길.
꾸물한 날씨 속에 비는 연해 내린다.
외곽도로에서 멀리 올려다 본 무등산.
몇 해전 겨울에 올랐던 그 흰 눈 덮였던 산의 모습이 중첩되어 나타나고,
바위가 올망졸망하닌 예쁜 입석대, 세석대를 지나 정상 가까운 곳은 군부대 지역으로 통제가 되어 다시금 내려 와야 했던 겨울 은빛의 무등산.

 화순 고개를 올라간다.
수많은 지역주민이 5.18 때 이 고개에서 영문도 모르고 저격병에 의해 죽음을 당했던 피의 고개를 지나 간다.
무등산과 함께 가 보았던 그 겨울 운주사.
석공들의 불상 연습장과도 같은 여기저기에 못생긴 불상들이 곳곳에 널부러져 있고, 산등성이 나란히 누워있는 와불 두 기.
이 와불이 일어서는 세상이 된다면 민초들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까?
 비는 내려갈수록 더 퍼붓는다.

"I will be there
Without the past to hound me
There without the tears that bound me
Alone without my memories
As empty as the endless seas"

 머릿 속으론 무스꾸리의 노래 "alone" 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르고,
이 떠돌이의 삶은 언제나 정착되어 끝이 나려는지?
장흥 표지판. 이청준의 고향. 못 가 본 천관산.
장평서 밤실쪽을 향해 들어 간다.
조금씩은 눈에 익은 풍경들이 앞으로 다가 온다.
나도 고향의 흙 내음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
계속 내리는 비.
떨어진 감나무 열매. 보라빛 맥문동 꽃.
물기 머금어 빛난다.

 잡초만 불쑥 커버린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주변 한 번 둘러 보고.
포레의 아름다운 진혼미사곡. 남도 육자배기 가락이 어울리고.
2년만에 다시 찾은 곳.

 언제 다시 또 올꺼나.


빗 속 방향 잃은 자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