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60810 백담사 가는 길에 # 1
바람동자
2008. 6. 18. 15:40
1.
오랜만에 밤길을 걷는다.
달은 보름으로 향하고 있고. 랜턴 불빛에 의지하지 않아도 길은
흐릿하게 보인다.
간혹 숲 아래의 길을 가다보면 온통 컴컴하다.
보이는 길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
앞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한 마음 속의 불안과 한편의 두려움.
다시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걷는다.
밤하늘의 별이라도 보여야 마음 총총할텐데.
보이는 건 흐릿한 달과 물소리에 어우러진 바람소리.
대학시절 우리 2학년때 설악산 간다고 용대초교 앞에서 내려서
잠시 화장실 갔다왔더니 내 배낭엔 재분배된 감자며 기타등등의
무거운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더운 여름날.
비질거리며 무거운 것을 첨 맨 어깨는 끊어질듯이 아파오고, 잠
시라도 쉬면 땅바닥서 가볍게 뛰면 그저 2메타 정도는 가볍게 공
중부양될 것같은 심정.
그 때의 고통과 함께 두 다리로 전해져 오는 백담사 가는 흙길의
부드러운 쿠션을 잊지 못한다.
퍽퍽한 시멘트 길. 옛길의 운치는 이미 사라지고
백담사길을 갈 땐 두다리의 고단함만이 밀려 온다.
그나마 낮에는 계곡이라도 보는 시선의 빼앗김도 있지만,
밤은 그래서 바람 소리로, 물소리로 위안을 삼으며 걷는 수 밖
에.
두런두런 옛일을 나누면서 걷는 오랜만의 한적함.
반복되는 일상들.
머리 속으론 텔레만의 "풀륫, 현, 바소콘티뉴오를 위한 협주
곡"의 1악장이 반복적으로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