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29 도봉산 배추 흰 나비의 추억 리지길에서
오랜만에 도봉산에 간다.
붉은 단풍 듬성듬성한 계절에 산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도봉산의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세 봉우리.
산은 고르게 분포하여 저멀리 경기도 의정부까지 펼쳐져 있음에도
선인봉의 한 자락만 올라서 도봉산의 전체를 보았다고 이야기했던 근시안의 시절.
너른 세상 넓게 보지를 못하는 우둔한 자가 되어
따슨 봄날 다시금 도봉산엘 오른다.
만월암을 지나 루트 개념도를 보면서 그려보는 길들.
5.10의 길들이 군데군데 있는 것으로 보아
만만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에 몸은 움츠러들고
초행인 우리들은 리지길 들머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한 팀은 3P에
나머지 한 팀은 두 명이 등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산 아래의 야트막한 곳에서는 연녹색의 봄빛이 오르고
저 멀리 보이는 암봉과 주변에 있는 만장봉의 바위를 둘러본다.
여러 바위의 모양과 형태를 보며
저건 "꼬리 잘린 고래 바위" 나름 운운하면서 바위에 작명을 한다.
앞선 등반팀 여성 등반자가 내는 신음 소리가
작게 들릴 무렵 우리는 출발을 한다.
새로운 미지의 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주변의 풍광이 주는 아름다움과
거칠한 바위의 감촉을 느끼며 떼는 발걸음.
4P를 오르는 선등자 직상크랙에서 몸을 움츠리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결국은 다른 이가 선등으로 나선다.
홀드와 확보물이 확실하지 않은 관계로
선등자 크랙 안으로 파고만 들고 나오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배추 흰 나비가 되어 날지 못하고
두툼한 고치에 쌓인 애벌레가 되어 고생을 할 때
전 번 인수봉 등반 때 암벽화가 구멍이 났던 것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밀려 오는 근심과 탄식.
마음 속에서 만들어 내는 근심을 몸은 이겨 내지 못하고
결국은 쥬마로 오르기로 마음 먹으며 근심을 다스린다.
7P의 까칠한 슬랩을 지나며
오후의 시간은 빠르게만 흐르고 결국은 자운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포기를 하고 하산을 결정한다.
좌측으론 만장봉의 낭만길이
우측으로는 포대능선 길이 건너에 보인다고 하지만
또 얼마만큼의 도봉산을 보았을지는 미지수인 것.
이름도 아름다운 자운봉을 곁눈으로 한 번 훝으며
몸을 뒤로 내리 밀며 하강을 한다.
구멍난 암벽화를 통해서 기억이 될
그 해 봄날의 "배추 흰 나비의 추억" 길.
선인봉
1P 들머리 출발 대기 중
3P를 등반 중인 앞선 팀
2P 5m 하강
3P를 향하여
4P를 향하여
4P를 향하여 - 선등자 바꿈
7P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