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1415 인수봉 정기산행
1.
하루재를 넘으며 내 몰아쉬는 숨소리 거칠어질 무렵
산은 저만치 떨어져 오후의 햇살을 받아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해 뉘엿지는 오후 나절에 찾은 인수봉.
고개마루에서 지나간 시간을 반추한다.
어둠이 찾아 오기 시작한 산 아래는
텐트의 불빛 하나 둘씩 밝아 오고
그 사이로 흐르는 사람들의 살가운 이야기 속
낮게 깔린 별 반짝이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오가는 이야기에 서로 간의 눈은
밤 하늘의 별보다 더 빛나고
오가는 술잔 속에 바깥 세상에서의 삶을 털어 넣는다.
이상하지,
취기가 오르면 세상은 더욱 좁게만 보여.
너른 세상이 자꾸만 좁아지고
게다가 주변 밖에 볼 줄 모르는 근시안이 되어 버린다니깐.
잡 생각은 이어지고 다시 빠지는 혼곤한 잠의 나락.
2.
우리가 오늘 오를 대상지인 인수A, B.
길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서
줄을 함께 묶고 봄날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를 소망한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등반자들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뒤돌아 본 서울은 운무에 잠겨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산봉우리.
우리는 늘 하나라고 / 건배를 하면서도 /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
생각으로 / 나는 술잔에 떠있는 / 한 개 섬이다 (장사익 노래 <섬> 중)
운해 속 떠 있는 산봉우리의 섬들은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모여 있다.
가까이 보이는 영봉.
멀리 보이는 도봉산군.
그리고 의대길을 오르는 등반자가
봄날 수채화의 한 풍경으로 다가오고 오르는 자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름다움은 마음 속 저편에 있다가 슬금거리며 찾아 오는 것.
어진 마음을 기리는 자(仁者樂山)가 되어 따슨 햇살을 다 받는다.
손등과 손가락에 남은 등반의 흔적을 보면서
이렇게 4월의 인수봉 인수B길은 기억이 될까.
하루재를 넘으며 야트막한 양지 바른 곳에 핀 노랑제비꽃을 보면서
가슴 속엔 제비들이 돌아 오는 따슨 날이었다.
신입 회원들의 초심(初心)을 기리며.
어둠이 밀리는 시간에 본 인수봉(04. 14. ISO 1600) WITH G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