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20408 춘클리지에서
바람동자
2012. 4. 23. 11:30
올 봄은 더디 오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몸을 숙여 본 의암호수.
바람들 몰려 다니며 그 흔적을 물 위에 남기고
흐릿한 하늘 사이로 올려다 본 리지길.
계절의 순환은 피어 오르는 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숨겨 놓았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서 다투어 붉은 빛을 토하는 현호색.
생강나무 알싸한 내음에 봄은 이미 내려 앉아 있지만
아둔한 자 그저 봄바람에 몸을 피해 저멀리 가 있을 뿐.
후생가외(後生可畏).
신입 회원들의 만만치 않은 공력은 4P에서 드러났다.
무거운 배낭 매기 싫어서 선등자에게 슬쩍 넘겼더니
그건 절대로 안 된다하고
그러니 무거운 짐을 진 자가 되어 오르는 직벽.
너풀날리는 바람 속 길은 흐리게만 이어지고
조심조심 오르는 후생들을 보면서 두려움(畏)을 느끼고
늘지 않는 내 실력을 탓한다.
흐릿한 저 편 너머로 보이는 도시.
춘천.
바위를 타고 오르는 매운 바람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